정규 3집‘ 싸이키문’으로 돌아온 록밴드 써드스톤
60년대 기타·앰프로 원테이크 녹음 국악적 느낌의 아날로그 사운드 추구 옛것과 최신 테크노가 녹아든 앨범
드럼으로 만드는 북소리 등 새로운 록의 소리 만든 역작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깨우는 법고 소리는 하늘을 가득 채우고 먼 곳으로 흘러가지만 동시에 몸 안으로 밀고 들어와 더 아득한 곳에 닿곤 한다. 북소리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이어서 심장은 허둥대고 대책 없이 먼 시원으로 달려가게 된다. 국내 손꼽히는 실력파 록 밴드 써드스톤의 정규 3집 ‘싸이키문(Psychemoon)’의 ‘둥지와 새’는 둥둥 북소리로 그렇게 빠르게 몰입시킨다. 드럼을 북처럼, 꽹과리처럼 두드려 깊고 먼 소리를 내는 써드스톤 사운드는 록의 새로운 발견이라 할 만하다.
“이제껏 없던 사운드다” “날것 그대로의 질감이 느껴진다”는 음악전문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써드스톤은 이번 앨범에 대해 “우리 밴드의 소리를 제대로 담아낸 역작”이라고 자평했다.
2007년 앨범 ‘써드스톤’으로 데뷔한 록 밴드 써드스톤은 박상도(34ㆍ기타, 보컬), 한두수(34ㆍ베이스), 안성용(27ㆍ드럼)으로 구성된, 국내 록페스티벌에 단골로 초청되는 밴드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사이키문’을 비롯해 ‘도어(Door)’ ‘오아시스(Oasis)’ ‘머신(Machine)’ ‘둥지와 새’ ‘로스트 인 데저트(Lost In Desert)’ 등 8곡을 담았다. 2집 앨범 ‘아임 낫 어 블루스맨(I’m Not a Blues Man)’이 블루스록 지향적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블루스 바탕에 사이키델릭을 입혔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국악의 전통적인 소리의 구현과 텍스처가 느껴지는 아날로그식 사운드로 모아진다.
박상도는 “60, 70년대식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 60년대 기타와 앰프를 사용했으며, 릴 테이프로 원테이크 녹음했다”고 그 비밀을 공개했다. 다만, 믹싱은 현대적 기술을 도입해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사운드 테크닉을 구사했다. 옛것과 테크노가 서로 녹아든 것이다.
안성용도 사운드에 흡족함을 표했다. 그는 “녹음할 때 흔히 드럼과 기타, 베이스를 각각 따로 녹음하지만 이번 앨범은 라이브 연주하듯 같이 연주해 더 마음에 맞는 곡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셋이 같이 녹음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크다. 각 악기마다 마이크가 수십 개 붙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원테이크 녹음 방식을 고수한 것은, 한두수에 따르면 써드스톤 스타일 때문이다.
“우리 밴드가 다른 밴드와 다른 게 바로 숨이거든요. 그건 정말 다른 팀과 달라요. 그걸 다 넣으려 하니까 같이 연주하는 방식이 된 거죠. 사실 이건 위험한 짓이에요.”
인트로곡 ‘도어’는 끝없이 걸어가야 하는 평원을 연상시키며 몽환적이다. 안성용은 “가만히 곡에 귀 기울이면 우주로 뻗어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각 곡은 기타, 베이스, 드럼의 리듬이 제각각이다. 흔히 네 마디 지나면 첫박이 맞게 마련이지만 열 마디가 넘어가야 겨우 한 번 만났다가 또 제각각 논다.
한두수는 이를 “같은 공간ㆍ시간에 있지만 개인의 시간은 다르듯이 일직선이 아닌 시간을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박상도는 행성이 궤도를 따로 돌다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상태에 이를 비유했다. ‘사이키문’의 경우 기타가 돌고 베이스가 또 다른 궤도를 도는 느낌이다. 이러니 음악을 자꾸 듣다 보면 멀미가 날 정도다.
이들의 사운드가 달라진 데는 밴드의 공백기와 관련이 있다. 박상도와 안성용이 밴드를 결성한 건 2007년 7월. 첫 앨범을 내놓고는 2008년 5월 활동을 중단했다. 안성용은 군대를 가고 박상도는 회의를 느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LA에서 학업과 연주활동을 병행하던 그는 어느 날 “내가 도대체 왜 여기서 음악을 하고 있나”라는 회의가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우리 음악, 말, 정서가 모두 뼈저리게 느껴졌다. “미국 사운드를 추구한다거나 다가가려 하는 게 부질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국ㆍ영국의 리듬을 차용하기보다 국악적 느낌을 찾게 된 거죠.”
박상도는 미국에서 돌아와 오래 알고 지내던 한두수를 영입, 밴드를 다시 결성했다. 4년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말하자면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가 돌아온 음악의 귀향인 셈이다.
“혼자였으면 이런 음악이 안 나왔을 거 같아요. 혼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멤버들이 채워준 거죠. 이전에는 외국 밴드의 사운드를 동경했죠. 왜 저런 사운드를 내지 못할까, 왜 나는 저런 소릴 못 내나 실망했는데, 그런 부분이 이번 앨범을 통해 확 바뀐 거죠.”(박상도)
“한번은 뉴욕에서 미국 재즈 아티스트와 아리랑 연주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까지 남의 것을 따라 하려고 했는데 왜 굳이 흉내내려 했나, 내가 갖고 있는 걸 풀어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한두수)
멤버가 함께 모여 호흡을 맞추는 일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20대 때는 종일 연습했지만 지금은 몸을 쓰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연습한다. “과거에는 찾는 걸 구현하는 기술적인 게 스트레스였는데, 요즘은 새로운 걸 찾는 게 고민이에요.”
써드스톤은 지난 10일 홍대 클럽 바다비에서 성공적인 라이브 무대를 갖고 본격적인 3집 앨범 활동에 들어갔다. 가끔은 거리에서, 또 뜨거운 록페스티벌 마당에서 이들의 헤드뱅잉은 계속될 것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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