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 했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19일만에 한 네티즌이 남긴 결정적 댓글로 해결됐다. 이런 가운데 뺑소니범 허모(37) 씨가 범행 후에도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행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날 오후 11시8분께 허 씨가 부인과 함께 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 사무실로 찾아와 자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사건 발생 19일 만의 일이다.

앞서 허 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29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무심서로에서 만취한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다가 강모(29) 씨를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씨는 당시 동료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귀가를 하던 중이었다. 혼자 마신 소주만 4병이 넘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허 씨는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퇴근하던 강 씨를 들이받았다.

이후 큰 길로 가면 폐쇄회로(CC)TV에 찍혀 범행이 들통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허 씨는 골목길로 차를 돌려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허 씨의 아내는 이날 남편이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와서는 횡설수설해 수상했다”고 털어놨다.

허 씨는 이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냈다. 경찰이 며칠 뒤 뺑소니 전담반을 꾸리고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내걸었지만, ‘다행히’ 자신이 타던 흰색 쉐보레 윈스톰이 아니라 BMW를 용의차량으로 지목했다. 허 씨는 사건 발생 11일만인 지난 21일에는 범행 차량을 충북 음성의 고향집에 가져다 놨다. 사건 당시 망가진 부분을 직접 수리하고자 부품까지 구입했다.

그러나 27일 차량등록사업소 소속 청주시 공무원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며 상황은 급변했다.

해당 댓글을 본 경찰은 즉시 공무원이 언급한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해 관련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했고, 용의 차량을 BMW에서 윈스텀으로 정정했다.

그럼에도 허 씨는 자수 전날까지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뻔뻔함’을 보였지만 결국 “남편이 뺑소니를 저지른 것 같다”며 “자수하라고 설득하고 있는데 경찰이 도와달라”는 아내의 신고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때 허 씨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을 피해 자취를 감추기도 했지만, “죄짓고 못 산다”며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왔다.

허 씨는 이날 ‘왜 도주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사람이라기보다 조형물이나 자루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씨의 혐의를 일부 확인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