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장이머우(張藝謀), 성별:남, 나이:63세, 직업:영화감독, 특징:산시(陝西)성 사투리.”
지난달 말 난징(南京)의 일간지 둥팡웨이바오(東方衛報)가 장 감독의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은 제목들이다. 이 신문이 장 감독을 ‘공개수배’한 것은 초과 출산 의혹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장 감독을 조롱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초 장 감독이 30살 연하의 숨겨둔 젊은 아내 천팅 등 4명의 부인에게 7명의 자녀를 뒀다는 깜짝 주장이 제기된 후 장 감독의 대응은 ‘거장’답지 않게 대중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다. 해명과 사과 대신 함구로 일관했던 장 감독은 잠시 행적을 감췄다가 슬그머니 영화 ‘귀래(歸來)’ 촬영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얼굴을 다시 드러냈다.
그 사이 장 감독의 다출산과 여성편력 소식은 단순한 연예뉴스가 아닌 국가정책과 관련된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두 번째 자녀를 갖기를 원하는 수많은 보통사람의 질투심에 불을 지피면서 장 감독은 ‘공공의 적’이 됐다.
물론 장 감독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었다. 천카이커 감독의 영화 ‘투게더’로 잘 알려진 배우 류페이치(劉佩琦)는 “우수한 사람들은 더 많은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아이들도 우수할 것이기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천젠(陳劍)이라는 누리꾼은 자신을 장 감독 부인인 천팅의 오빠라면서 웨이보를 통해 장 감독을 옹호했다.
이런 말들은 역풍을 만들어내 여론을 더욱 자극시켰다. 비판이 쇄도하자 장 감독 측은 “천젠이란 사람은 알지도 못한다”고 해명했다. 거의 반년 만에 이뤄진 첫 공식대응이었다.
조금 잠잠해졌던 여론은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법치’가 강조되면서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결국 장 감독이 손을 들었다. 지난 1일 장 감독은 ‘한 자녀 정책’ 위반을 인정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 감독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현 부인인 천팅이 2남1녀를 양육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해당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장 감독이 최소 2억4000만위안(약 417억원)의 벌금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인들이 이번 사태에 분개하는 이유는 ‘한 자녀 정책’을 우습게 보는 장 감독의 처신, 조사에 뜻이 없는 행정당국의 늦장처사 때문이다. 누구든지 법 앞에선 평등해야 하고 법 집행도 엄격해야 한다. 돈 많고 권력 있다고 해서 태연하게 법을 우습게 여긴다면 나중에 반드시 심판받게 돼 있다. 영향력 높은 유명인사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장이머우는 젊었을 때 돈이 없어 자신의 피를 팔아 카메라를 샀다. 그런 열정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동시에 그는 젊은 미녀들로 가득찬 중국 영화계의 ‘노블레스(Noblesseㆍ귀족)’로 변신해 ‘자식 부자’가 됐다. 그렇지만 본인은 ‘위법 불감증’에 걸려버렸다. 존경의 대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돼버린 장 감독.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근거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야 ‘세계적 거장’이란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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