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 자본잠식 ‘위기의 골프장’…개인회원들 줄잇는 반환소송에 덩치 큰 법인까지…

사례1. 경기도의 한 골프장 회원인 A 씨는 최근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골프장 재정이 불안하다는 소문에 2년 전부터 입회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골프장 측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간의 믿음을 생각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그는 얼마전 라운드를 갔다가 골프장 직원으로부터 “분위기가 안 좋다. 빨리 소송에 들어가서 강제집행이라도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앞에선 회원들을 안심시킨 골프장이 실제론 직원들도 소송을 권할 만큼 곪을 대로 곪아 있던 것이다. 그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입회금 반환 소송에 들어갔다.

사례2. 전국에 걸쳐 여러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B 금융사는 최근 그중 한 골프장을 상대로 입회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올 초부터 입회금 반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곤 하지만 법인 회원들은 사업상 활용가치 등 여러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다른 법인들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던 이 금융사도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 소송을 불사했다. 앉은 자리에서 회사 자산을 날릴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골프클럽 Q안성과 가산노블리제 사태로 회원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덩어리’가 큰 법인 회원들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내년에 반환 시기가 돌아오는 입회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입회금 반환 전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 수는 조사대상 174개사 중 84개사로 무려 48.3%에 달한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누적 적자폭이 커져서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까지 잠식되기 시작한 상태를 말한다. 이들 골프장의 평균 부채액은 1543억원에 이른다. 특히 골프경기 하강기인 2010∼2013년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무려 30개소가 이미 자본잠식이 시작된 걸로 조사됐다. 이 시기 많은 골프장들이 자기 자본금 없이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공사자금을 확보한 뒤 회원권 분양을 통해 채무를 갚아나가는 무리수를 두다 경영악화를 맞은 것이다.

지난 7월부터 골프장 소송 전담팀을 꾸린 법무법인 민우의 정찬수 변호사는 “Q안성 사태 이후 심각성을 인지한 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소송은 한 달에 40건, 문의는 월 400~500건에 달한다”며 “최근 들어 눈치만 보던 법인 회원들이 소송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명 증권사를 비롯한 법인 회원들이 움직이면서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라고 했다.

현재 회생절차가 개시된 골프장은 10월 현재 20개소에 달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강제집행도 불가능해진다. 골프장으로선 시간을 벌면서 경영권도 유지하고 입회금 반환 요청이나 강제집행, 소송 등을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회생을 택한다. 청산했을 때보다 유지 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회생을 택하고 반대 경우라면 경매 절차를 밟는데, 어느 쪽이든 회원들에겐 날벼락이다. 특히 Q안성 사태에서 인수회사가 회원의 권리를 승계할 의무가 있다는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 27조가 무력해지면서 회원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올해 반환되는 입회금 규모는 7조원대. 내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 호황기 ‘끝물’인 2009년에 고가 회원권을 분양한 골프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회원권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어 입회금 반환 러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찬수 변호사는 “일부 골프장 오너들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 심지어 부실한 재정에도 버젓이 분양 광고를 하며 회원들을 모집하는 골프장도 있다. 명백한 사기행위다”며 “이제 전초전일 뿐이다. 입회금 반환 러시가 절정을 이룰 내년, 회원들이 골프장 재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스스로 권리를 지키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