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최근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이용이 확산되면서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콘텐츠만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내 대표 인터넷 업체들이 유료 콘텐츠 마켓을 연이어 선보이는 가운데, 카카오와 다음의 상반된 사례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신기루에 그친 카카오 페이지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수익을 내는 100만 명의 파트너를 만들겠다”며 올해 초 야심차게 시작한 ‘카카오페이지’가 부진한 성적으로 카카오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19일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가 콘텐츠가 웹툰과 같은 일부 인기 장르로만 편중되면서 제작자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카카오페이지 인기 콘텐츠 순위 1~10위 안에 오른 작품 중 8편은 ‘만화’다. 8편의 만화 중에도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새롭게 출시된 작품이 아닌 일본 만화의 번역본이거나 ‘윙크’와 같은 만화 전문 잡지 등에 게재된 바 있는 작품이 대다수다.

카카오 측이 소비자가 ‘관심있을만한 페이지’라며 추천하는 ‘추천 페이지’도 만화가 대다수다. 이용자가 처음 카카오페이지 앱을 설치할 때 설정하는 ‘관심 페이지’에서 만화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추천 페이지에는 만화 혹은 장르문학이 먼저 보여진다.

이런 상황은 초기 카카오페이지 출시 당시의 비전과 상반된다. “수익을 내는 100만 콘텐츠 사업자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로 카카오 페이지를 시작해 중소형 콘텐츠 제작업체들의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일부 소형 출판업체들 중에는 국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의 인기에 기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비용을 들여 사업을 재편한 곳도 많다.

하지만 1년이 다 된 지금, 카카오페이지 다운로드 수는 350만 건에 그쳤으며, 일부 장르소설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교육, 여행 등 다른 카테고리에서는 성공 사례가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중소 콘텐츠 제작자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판매량이 바닥인데 카카오는 일부 인기 만화를 위한 프로모션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게재한 콘텐츠 제작자는 “대부분의 콘텐츠 산업은 영화나 음악 처럼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형업체들이 카카오페이지에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결국 카카오페이지 역시 인지도 위주로 서비스를 재편한다”며 “등록된 작품이 1만2000여 건이 넘는데 성공사례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 다른 플랫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초반에 카카오페이지 성적이 부진해서 일단 이용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며 “마켓을 알리기 위한 킬러콘텐츠로 만화를 정한 것으로 보이며,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돈 주고 구입하는 습관이 들게 되면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유료화 새 모델 만든 다음 스토리볼= 다음의 ‘스토리볼’은 최근 네이버까지 진입한 모바일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 사실상 첫 라운드 승자로 지목되고 있다. 출시는 카카오보다 늦었지만 유료화 모델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19일 관게자에 따르면 다음의 콘텐츠플랫폼 ‘스토리볼’이 출시 3개월 만에 하루 방문자 70만 명을 넘어서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토리볼은 재테크, 의료, 연애 등 다양한 주제를 글, 사진, 그림 등을 첨가해 작가가 연재하는 플랫폼으로, 게재된 콘텐츠는 연재기간 동안 무료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며, 연재가 완료되면 유료로 전환된다.

다음은 스토리볼 출시초기 SNS에서 유명한 하상욱 시인, 소개팅 앱으로 돌풍을 일으킨 박희은 이음 대표 등과 협력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덕분에 약 50편으로 시작한 콘텐츠 숫자는 현재 100편까지 늘어났다.

다음이 카카오보다 4개월이나 늦게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는 ‘유료화 모델과 기획력’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토리볼의 유료화 방식은 이미 강풀 등 스타작가의 요람인 ‘다음 웹툰’에 도입된 바 있는 모델로, 연재되는 동안 좋은 작품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호응을 얻어 연재가 끝난 후에는 다른 소비자가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살 수 있도록 유인한다. 또한 스토리볼은 기획자가 작가와 기획단계부터 논의를 거쳐 철저하게 완결까지 기획된 작품을 게재하는만큼 신뢰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콘텐츠 유통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만큼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관계자는 “스토리볼이 기획을 중시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불만도 많다”며 “유통 시장은 물량이 적으면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무료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신규로 등장하면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