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화당국이 시중 단기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뒤늦게 3000억위안(약 52조원)의 대규모 유동성을 긴급 투입했지만 지난 6월 발생한 신용경색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말이라는 계절적 특수성이 자금경색을 부른 직접적 요인이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1998년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같은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튀고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금리 급등 상황이 앞으로 반복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中, ‘러시아 디폴트’ 위기 재현?=중국이 1998년 러시아 디폴트와 같은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존 폴 스미스 도이체방크 증시전략가는 23일 블룸버그통신에서 “중국이 지난 1998년 러시아와 유사한 재정위기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러시아의 디폴트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아시아 외환위기가 맞물리며 찾아왔다. 자금의 상당부분을 국고를 통해 지원받았던 러시아 기업들은 외화대출을 리파이낸싱하거나 상환할 수 없었다.

결국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이후 증시는 90% 이상 주저앉았고 채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226억달러의 국제 구제금융 패키지를 통해 러시아 경제는 간신히 회생됐다.

그는 “러시아는 1998년 디폴트 이후 44개월 동안 러시아의 벤치마크 지수인 MICEX지수가 44% 하락했으며 경제성장이 위축했다”면서 “중국의 대출주도 경제성장 모델은 1998년 당시의 러시아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그동안 기업대출에 힘입었지만 이제는 위기의 배경이 되고있다는 평가다.

그는 “중국기업들이 부채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이르면 내년에 재정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리스크를 줄이기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시스템이 자유경제와 재정축소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경색, 中기업에 불똥=이미 신용경색은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연결돼 중국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자금경색 우려감은 주식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의 저평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해 첫 거래를 마친 중국의 광다(光大)은행은 공모가 3.98홍콩달러보다 2.8% 낮은 3.87홍콩달러에 거래돼 실망감을 안겨줬다. 광다은행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30억달러로 올해 홍콩 IPO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런 은행이 실망스런 모습은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기업들도 영향을 받고있다.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블룸버그 중-미 지수는 지난 1주일 사이 1.6% 떨어졌다.

마카오 카지노 업체인 멜코크라운엔터테인먼트는 뉴욕 주식시장 거래가격이 홍콩 거래가 보다 2.1%낮아져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재등장을 보여줬다.

바론 캐피털의 마이클 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시장에 거래되고있는 많은 중국기업들이 당분간 자금경색 우려의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면서 “자금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내년 중국기업 투자는 낙관적이지 못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신용경색, 반복될 가능성 커=지난 6월 19일 신용경색이 발생한 지 꼭 6개월 만인 12월 19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언론들에 ‘자금경색’ 보도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23일 화샤스바오(華夏時報)는 중국의 여러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6월에 발생했던 신용경색이 이정표 역할을 하면서 런민(人民)은행을 비록한 감독관리기관이 유동성 부족에 대한 심리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조정능력을 갖추고있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더이상 확대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핫머니가 중국에서 순식간에 빠져 나가기 힘들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됐다. 당분간 중국에서 금리 차익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외전문가들의 시각을 다르다. 중국의 단기금리 급등 상황이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년은 유동성 공급을 꺼리는 런민은행의 정책기조와 미국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이 맞물리는 해여서 중국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영서 베이징특파원ㆍ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