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충격 신흥국 불안정성 증대 실물경제 위축 한국 수출에 악영향 美·日·유럽 등도 수출확대 적극적
올 경제정책 내수활력 제고에 집중 서비스 규제완화 사회적 합의 도출 가계부채·사회적 갈등 해결 시급
지난해 12월 19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세계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계속돼온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른바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적 축소)은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은 원인과 결과의 해석에서 ‘양날의 칼’ 같은 것이다. 미국 경제가 소위 ‘진통제’를 줄여도 괜찮을 정도의 회복을 보인다는 게 테이퍼링의 원인이라면,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의 가장 약한 곳을 때려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테이퍼링 충격에 취약한 곳은 동남아시아와 남미 같은 이머징(Emerging) 국가다. 공통점은 경상수지 적자로 외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자 이들 국가의 외환ㆍ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있을 때는 이머징 국가의 성장성에 관심이 가지만 돈을 거둬들일 때는 ‘외환 불안정성’이 부각된다. 그 결과 개별국가의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실물경제를 급속히 위축시키게 된다.
▶수출로 활로 찾으려는 주요국…한국은?=한국 경제를 이야기해보자. 우선 수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수출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 불안과 그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이 몰고 올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또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역이 모두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은 줄이려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수출을 받아줄 시장의 크기가 작아져 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둔화가 겹쳐 한국으로선 힘든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세계 경제 흐름을 ‘신중상주의의 도래’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제조업 육성과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유럽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상수지를 적자에서 흑자기조로 바꾸려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일본은 엔화 약세 유도를 통해 수출을 늘려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리는 ‘아베노믹스’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동남아시아 역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위기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너도나도 수출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유럽연합, 동남아, 인도, 일본의 국내총생산을 합하면 세계 GDP의 6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이들 경제권 모두 수출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경제환경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수출의 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 가능할까=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수 활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2014년은 투자촉진, 소비여건 개선 등 내수활력 제고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ㆍ의료ㆍ교육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여 내수의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했다. 또 민간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올해 정책의 방점을 수출보다 내수에 둔 것은 세계경제의 흐름상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2.8%(잠정) 성장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3.9%로 잡았다. 세계경제의 흐름상 수출로는 4%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또 세계 주요국 중 내수부양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여력이 있는 나라 역시 한국 정도밖에 없다. 내수부양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게 있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700억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는 49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에 집중하면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의지대로 경제가 굴러가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의료ㆍ교육 등 서비스산업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 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본격적인 테이퍼링으로 금리가 오르면 잠복해 있던 가계부채 문제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민간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치솟는 전월세 부담과 부동산 거래 침체도 소비회복의 제약 요인이다.
철도노조 파업에서 보듯 사회적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도 내수 부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북한 리스크’ 역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정부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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