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시각장애가 있는 류영일(54) 씨. 시각장애 6급입니다. 시각장애 6급은 잘 보이지 않는 눈의 시력이 0.02이하일 경우입니다.
류 씨가 제23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ㆍ미술대전 시상식에서 한국화, 서양화, 공예ㆍ조각 등 1부 분야에서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평가는 이렇습니다. 색감이 세련되고, 터치가 과감하며 상황설정이 잘 표현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양화를 그린 류 씨의 작품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였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측은 류 씨의 작품에 대해 “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폭우 속에 정박된 선박이 리듬을 타고 박자를 맞추는 듯한 느낌을 묘사했다”고 평했습니다.
류 씨는 “장애에 대해서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한 쪽 눈이 안 보이다 보니 거리감 등을 그림으로 나타낼 때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것에 대해 힘들거나 그런 점은 없어요.”
그의 말이 더 멋집니다.
25살 때 아버지 일을 돕다 안경이 파손돼 한 쪽 눈을 잃게 된 류 씨. 그는 중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전국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고등학교 때에도 미술을 통해 장학금을 받았지만 장애를 입은 후 그림에서는 손을 뗐다고 합니다.
“미술을 그만뒀었죠. 다른 일을 하고 결혼도 했는데, 가족과 헤어지게 되면서 붓을 다시 들게 됐어요. 아픈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더라고요.”
서예, 문인화, 전각, 서각 등 에서는 기초가 탄탄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체장애 2급인 하정길(73) 씨의 ‘사천목수처(서예)’가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하 씨는 “1995년도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지더니 점차 못 걷게 됐습니다. 서울에 큰 병원들은 모두 다녀봤는데 진료 받을 때마다 병명도 달랐고, 고치지 못했습니다.”
하 씨는 병명을 알지 못한 채 장애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정년퇴직 후 취미생활로 시작한 서예. 걷지 못하다 보니 서예실까지 다니는데 불편한 점은 많지만 매일 발걸음을 옮기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결국 대상까지 차지했다는 겁니다.
하 씨는 “서예를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수양도 됩니다. 이렇다 보니 몸이 불편해도 매일 서예실을 찾는 거겠죠. 다리가 불편해 앉아서만 서예활동을 하다 보니 불편함도 있지만 힘이 될 때까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산문부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에는 이상엽(34, 지체장애 2급) 씨의 ‘수탉(동화)’이 차지했습니다. ‘수탉’은 아이의 심리묘사가 정확하게 표현됐으며, 사실을 정확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고 합니다.
운문부에서는 최광현(52, 지체장애 4급) 씨의 ‘길(시)’이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길’은 삶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그에 걸맞은 예술적인 표현으로 형상화한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산문부 이 씨의 대상 작품 ‘수탉’은 너무 길어 이곳에 소개하기 어렵고, 운문부 최광현 씨의 시 ‘길’을 소개합니다.
‘길’ - 최광현 作
사람들은 길로 향하는 습성을 지녔다
시간을 머금은 길섶 수풀
사람의 향기가 일렁거린다
길에는 기다림이 묻어있어
모든 것들이 발효된 것처럼 쌓여 있다
사람들은 길에서 마주하는 대상의 자유를 닮아간다
만물의 숨소리까지 저장해 놓은 공간
사람들은 비빌 곳을 찾아 가듯
경계를 허물어 길과 한통속이 된다
사람이 길에 있는 것인지
길이 사람 안에 있는 것인지
늘 같이 있었던 나무는 알고 있을까
지긋이 웃고 있는 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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