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유세율 인하 추진 의미

등유 많이 쓰는 서민들 세제혜택 전기 대체재 가격 떨어뜨려 농촌·산업체 전기소비 줄이기 유도

정부가 등유 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데는 복합적 의미가 담겨 있다.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직접적인 방식 외에 전기의 대체재 성격을 갖고 있는 등유의 가격을 떨어뜨려 기업들에 일종의 ‘퇴로(退路)’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5일 “여름과 겨울마다 반복되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력사용량을 줄이려면 유류세, 특히 등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며 “이는 전기요금 인상의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전기는 가격을 올릴 테니 사용을 줄이고, 등유는 세금 부담을 완화해줄 테니 사용량을 늘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 워킹그룹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워킹그룹 내부보고서는 “국내 유류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특히 전력과 대체관계에 있는 등유, 프로판, 중유(저유황유) 등에 대한 중과세는 고유가 상황과 맞물려 산업과 가정ㆍ상업 부문에서 사실상 유류 사용의 포기와 전기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워킹그룹은 일단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등유와 프로판의 소비세를 면제해줄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후 면세 연장은 추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세 면제가 시행되면 이들 에너지의 소비자가격은 현행 대비 18%가량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등유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는 이유는 농촌과 산업체의 전기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등유가 서민용 기름이라는 인식이 강해 ‘기업 편들기’ 부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유류세를 인하해주려면 등유보다는 산업용 경유의 세금을 낮춰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유종은 등유가 아닌 경유이기 때문이다. 실제 워킹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부문에서 사용되는 유종 가운데 등유는 지난 2011년 기준 425만2000배럴에 그쳤다. 2008만3000배럴에 달하는 경유 사용량의 21%에 불과하다. 반면 가정ㆍ상업 부문 비수송용 연료유의 경우 경유(490만3000배럴)와 중유(199만4000배럴)보다 등유(2014만4000배럴)가 훨씬 많은 사용량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등유를 많이 사용하는 서민들에게는 당장의 세제 혜택이 돌아가고 기업들에는 설비 교환을 통해 등유 사용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예산 부족 등으로 비상이 걸린 세수 확보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유류세 전면 개편이 아니라 등유에 한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여타 발전설비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201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하려는 것 역시 현 정부 하반기에는 필요한 세원을 제대로 걷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