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탐욕스러운 ‘살찐 개구리’가 되기보단 ‘혁신’과 ‘도전’을 무기로 인류 편의를 증진시키겠다”

미국 유명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경영학석사(MBA)들의 야심이 월스트리트를 떠나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취업에 나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이 금융업계에 취업한 비율은 줄고, IT업계는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 중 금융업계에 취업한 비율은 27%로 작년의 35%보다 약 8%줄었다. 하버드 MBA들의 최종목표이자 전통적인 엘리트코스 였던 금융권 취업율이 학교 역사상 가장 낮아진 것이다. 반면 IT업계 취업율은 18%로 지난해 12%보다 6%p증가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IT업계 취업비율이 금융권을 추월했다. IT업계 취업율은 작년13%에서 32%로 급증했고, 금융업계는 36%에서 26%로 줄었다.

예일과 코넬 경영대학원 졸업생들도 같은 변화를 보였다. 이들 경영대학원 졸업생 중 IT업계에 취업한 비율은 지난 2년 사이 두 배 이상 줄었다.

WSJ는 금융권의 초봉이 아직 IT업계보다 훨씬 많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로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지만 IT기업의 자율적인 기업 문화와 비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구글, 프라이스라인, 넷플릭스, 페이스 북 등 IT관련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제 2의 IT붐이 일고 있는 분위기도 배경이 됐다.

데릭 볼턴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학장은 “학생들이 혁신을 이끌 수 있고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은 금융위기 이후 이미지 실추와 함께 긴 근무시간, 업무량 등이 학생들에 외면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 보다는 파워포인트와 말발만 세다’며 MBA 학생들을 꺼렸던 IT업체들도 이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IT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영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아마존닷컴은 올해 MBA 졸업생 채용을 지난해보다 40%늘리고 페이스북도 채용을 늘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MBA출신 고급인재들이 IT업계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제 2의 ‘IT 버블’의 징조일 수도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