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5회> 감추어진 승부 59
강준호는 메아리가 연거푸 세 번이나 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발 3800미터에 이르는 옥룡설산 근방이기 때문일까? 3류 감독의 비명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지고, 그 메아리가 또 다른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오곤 했다.
“아이고 엄마! 어이구우 순자야!”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하느님보다 엄마부터 찾게 되는 법, 그다음이 마누라였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순자는 3류 감독 부인의 이름일 터였다.
강준호는 어느새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질금질금 지린 소변 때문에 사타구니 부위가 축축했는데 온몸에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으니, 바비큐 직전의 돼지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몰골이었다. 그 와중에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
“어이구, 신희영!”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엉덩이에 화끈하게 곤장이 내질러지자 강준호가 외친 것은 HY 훌 푸드 회장이자 내연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신 회장의 이름이었다. 본댁 정은 백년이고, 화류계 정은 3년이라더니… 그래도 그동안 산전수전 함께 겪어낸 신희영의 모습이 먼저 눈앞을 스친 모양이었다.
‘신 여사는 지금 이 순간에 무얼 하고 있을까?’
엉덩이가 헤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강준호의 감은 눈 속에선 이상하게도 신희영의 모습이 어른대고 있었다. 야근하며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을까? 아니면 차를 마시고 있을까? 샤워를 하고 있을까? 아니지, 나를 빼놓고 이 시간에 샤워를 하면 안 되지.
‘철썩!’
“아으, 아으… 유리야!”
마누라 다음에 그는 딸 강유리를 불렀겠다? 3류 감독이 엄마 먼저 찾은 후에 마누라를 찾은 것에 비하면 무려 한 세대나 개화된 상태였지만… 엉덩이가 오지게 뜨겁기는 서로 매일반이었다. 그나마 하느님, 부처님을 들먹이지 않은 것만 해도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지킨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터.
“헬로우 미스터… 아임 쏘리.”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천사의 속삭임과도 같이 은은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려보니 곤장을 맞기 전, 검은 달걀바위와 흰 달걀바위 뒤에서 사랑을 나누던 그 아가씨들이 머리맡에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은가.
강준호와 3류 감독은 나시족 청년들이 내려친 곤장 두 대에 그만 기절을 했던 모양이었다. 나시족 청년들은 두 사람을 건달로 단정 짓긴 했어도 외국인인 만큼, 그 정도에서 곤장 치기를 종결 짓고 각자 흩어진 모양이었다. 정황으로 보아 그랬다는 말이다.
“어이고, 아가씨… 내가 잘못했네.”
나시족 아가씨가 주섬주섬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을 때, 강준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천하의 강준호가 회개하는 순간일까? 아가씨의 부드러운 손길이 몸에 닿자, 기절해 있던 3류 감독도 스르륵 눈을 떴다. 하지만 그는 잔뜩 화가 치민 모습이었다. 하긴 병 주고 약 주는 그 아가씨 모습이 온전히 예쁘게 보일 리도 없었겠지.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약속은 지켜야 할 거 아닌가?”
강준호는 마침 바지를 입혀주려던 나시족 아가씨의 손목을 은근히 잡아끌었다. 엉덩이가 헤어진들 어떠랴. 엉덩이가 아파서 바닥에 댈 수는 없을지언정, 무릇 남녀상열지사를 거행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잠시나마 밀어를 나누었던 일본 남자가 제 탓에 흠씬 두드려 맞은 것이 미안해서일까? 그토록 뻗대기만 하던 그 아가씨는 강준호의 품에 스르륵 안기고야 말았다.
이게 바로 ‘호색한’이란 도장이 여권에 찍혀 있는 강준호의 본색이었다. 회개를 했으니… 호색한이든 엉덩이가 헤어졌든, 다시 바람피우기 좋을 만큼 내공이 생겨났다는 말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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