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질문 던지는 장편소설 <파라한> 출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회사일, 학업, 짜여진 것만 같은 일상에 몸부림치는 사람이라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바라는 ‘일탈’이 정말 행복해지는 길일까? 전명 작가의 소설 <파라한>은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바로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은 한국 전쟁이 막 시작되는 1950년 6월 25일의 새벽으로 이야기를 연다. 서울 종로의 사진관에서 일하던 ‘길’은 엉겁결에 북한군에게 강제 징집돼 북한군으로 싸우다 남한군의 포로가 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 그는 북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기 위해 친공포로들에게 반항하고, 곧 무참히 진압된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은 갑자기 1960, 70년대도 아닌 2013년,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해의 3월로 가 평범한 회사원 ‘승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 좋은 회사분위기에 마음을 졸이던 승훈은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안심하지만,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는 그 순간 정체불명의 차에 치이고 만다.

바로 여기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각자의 이야기들이 섞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교통사고로 승훈이 예전의 기억을 되찾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그의 세상 밖으로 나와서 본 지구는 태한(외계행성에서의 승훈)의 행성에서 죄수들만이 수감되는 수용소였다. 되찾은 기억 속의 자신의 행성은 노동이란 현대인의 고민거리가 없어진 사회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가장 없어져 줬으면 하는 바로 그것 말이다. 아주 자그마한 기억의 실마리에서 시작된 태한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성민에게로까지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렇게 <파라한>은 반전에 반전을 엮어 가며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비록 ‘자유롭다’ 할지라도 ‘황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탄탄한 플롯으로 엮인 각 장의 주인공, 길-승훈-태한-성민의 관계와 함께 말이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지구와 지구 밖의 또 다른 행성들까지 넘나들며 전명 작가는 독자들에게 처음에 던진 질문의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만연해 있는 이곳은 어찌 보면 작가가 묘사한 수용소와도 같다는 다소 무거운 지적.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작가가 <파라한>을 통해 그린 것처럼, 하나의 수용소 밖은 또 다른 수용소일 뿐일까? 책의 표지가 묻는 ‘나는 어디에서 왔고, 여기에는 왜 존재하고 있는 걸까’. 얼핏 보면 매우 선명하고 다른 네 개의 이야기를 엮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렇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헤럴드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