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지난 3주 동안 워싱턴의 예산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라 자평하던 미국의 정치시스템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하나의 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갈등이 연방정부폐쇄를 불러왔고, 급기야 디폴트 우려로 번지면서 세계경제까지 휘청이게 했다. 전세계 지도자들은 ‘집안문제’를 해결하라고 미국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16일(현지시각)국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은 극적타협점을 찾으며 한시름 놓게됐지만, 반복되는 정쟁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미국 정치권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정부가 문을닫는 셧다운은 1977년 이후 17차례나 시행됐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매해 만들어진 예산법이 상ㆍ하원을 각각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새 회계연도 시작까지 예산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가 부분적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데, 이 제도가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쓰이면서 셧다운이 수차례 반복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 예산전쟁의 경우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이 오바마케어 예산을 포함한 예산안을 삭감ㆍ추가해서 수차례 되돌려보내면서 예산안이 통과가 미뤄졌다. 의회를 양원으로 구성해 국가 의사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미국식 정당정치가 각 정당이 자신의 당파적 이익에 집착하고 타협을 거부하면서 시스템의 부정적인 면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이런 진흙탕 싸움을 내년초에 또 겪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 정부시스템이 규모가 큰 일을 처리하는데 취약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16일 도출된 합의안은 셧다운된 연방정부가 문을 열어 부채한도를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높여주고 1월 중순까지 유효한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3주간의 예산전쟁은 우선 일단락됐지만 승자도 패자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표면적으로는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이 백기를 든 패자로 남았고, 미국 정치에 대한 자국민들의 회의와 혐오,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세계의 불신의 후유증이 향후에도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산 전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긴 것이냐’는 질문에 “승자는 없다. 우리는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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