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서상범기자의 홍익지구대 야간근무 동행 취재기

EXO공연장 투입…사고날까 연신 호루라기 행사 후 교통정리 끝나고서야 현장 떠나

한숨 돌리나 했더니 취객난동 신고접수 중재 노력도 허사…결국 현행범으로 체포

새벽 3시 인근 다세대주택 돌며 순찰 신고 없을때도 우범지역 경계는 필수

홍익지구대, 클럽 등 유흥업소 밀집 작년 신고처리 2만6000여건 전국 1위 꼬박 밤샌 경찰들 “그래도 내 일에 보람”

1278만1613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접수된 112 신고전화의 수치다. 다시 말해 전국의 경찰은 1278만번이 넘게 사건현장으로 출동했다. 시민이 112 신고를 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경찰은 바로 지역경찰이다. 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으로 지구대, 파출소 근무 경찰을 이르는 지역경찰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저 사건현장으로 달려간다. 그 중에서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다. 작년 112 신고처리건수가 2만6000여건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홍익대 앞 클럽 거리 등 젊은이가 몰리는 유흥가가 있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0일 홍익지구대 야간당직팀과 함께 모두가 잠든 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일상을 동행했다.

▶오후 8시30분, 야간근무 투입, 아이돌 팬 질서유지=“학생들 일어서면 안돼요. 거기 학생! 앉아요 빨리!” 10일 오후 8시40분께 합정동의 한 쇼핑몰 상가에 수천명의 학생이 몰렸다. 인기 아이돌 EXO의 공연이 있었기 때문. 수천명의 사람이 운집해 자칫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현장에서 홍익지구대 전진실 순경은 현장 통제에 여념이 없었다. 야간근무에 투입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온 전 순경은 연방 호루라기를 불며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현장에는 전 순경 외에도 당직 근무자 8명이 투입됐고, 이은정 마포경찰서장도 현장에서 지휘를 했다. 오후 9시가 넘어 행사는 끝났지만 경찰은 주변 교통정리와 시민의 이동까지 챙긴 후에야 현장을 떠났다.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다’는 기자의 말에 전 순경은 “이제부터가 진짜 근무 시작”이라며 순찰차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10일 야간근무를 지휘하는 김진부 경감(팀장)은 “내일 오전 8시까지 한 번 순찰 시 2시간씩 총 5번의 순찰근무 동안 부디 큰 사고 없이 잘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고 출동 대부분이 술 취해 소동= “술에 취한 사람이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고 여자를 때리고 있어요.” 오후 11시53분께 한 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동교동 인근의 한 술집에서 주취자가 행패를 부린다는 내용이었다. 근처를 순찰 중이던 류정안 경사와 전 순경의 순찰차가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다. 도착한 현장에서는 한 중년의 남성과 30대 여성이 한창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곧바로 류 경사가 남성과 여성을 떼어놓고 진정시켰고 전 순경은 어떤 일인지 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1층 가게에서 술을 먹던 남성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2층의 다른 가게의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가게 주인인 여성이 “여기는 여자화장실이니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았고 이에 다툼이 벌어진 것이었다. 서로가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법대로 처리하자는 격한 언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류 경사와 전 순경은 양측의 화해를 중재하려고 노력했지만, 감정이 격해질대로 격해진 둘을 달랠 수는 없었다. 결국 류 경사는 양측에 현행범으로 체포됨을 고지하고 지구대로 동행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가 끝난 후 “그냥 신고처리 후 서로가 원하는 대로 입건하면 되는데 왜 중재를 하려고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질문에 류 경사는 “상호간의 다툼이 입건처리가 되면 양측 모두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된다”며 “기계적으로 사건처리를 하고 무조건 법절차에 맡기기보다 당사자에게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지역경찰의 임무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루 100여건의 신고 중 대다수가 술에 취한 사람이 벌이는 소동”이라며 “이들을 모두 처벌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해주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도 경찰의 사명이기에 다소 손이 가더라도 원만하게 해결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강 투신 의심 신고에 현장으로 출동=자정을 훌쩍 넘긴 오전 1시45분.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평소 사업 실패로 힘들어하던 남자친구가 양화대교 근방이라는 전화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다며 투신이 의심된다는 신고였다. 인근을 순찰 중이던 박재성 순경은 다급하게 자동차 엑셀을 밟고 긴급 사이렌을 울리며 양화대교로 급히 이동했다.

파트너인 곽대연 경위는 곧바로 신고자에게 전화해 남자친구의 인상착의와 전화번호를 물었다. 합정동 인근에서 불과 2분여 만에 도착한 양화대교 입구에서 박 순경과 곽 경위는 대교 양 측을 샅샅이 뒤졌다. 유턴을 반복하며 상하구간에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주의깊게 살피면서도 곽 경위는 계속해 투신 의심자게게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10여분이 흐르며 두 경찰의 긴장도가 더욱 올라가는 순간, 아무런 응답 없던 의심자와 통화가 연결됐다.

신고내용을 알려주고 현재 위치를 묻는 곽 경위의 질문에 남성은 “친구들과 홍대 근처에서 술을 먹고 있던 중”이라는 대답을 했다.

▶심야시간 시민의 든든한 수호자=오전 3시30분께, 망원동 인근의 다세대 주택을 시속 10㎞ 속도로 느리게 이동하던 김도훈 순경의 순찰차가 더 속도를 낮췄다. 골목을 걷는 한 여성을 발견했기 때문. 김 순경은 “이 일대는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돼 평소에도 귀갓길 여성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는 곳”이라며 해당 여성이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긴장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김 순경은 “사건 신고가 없으면 일대 우범지역이나 주택가를 천천히 돌아보며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경계하는 것도 주요 임무”라며 “시민이 늦은 시간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곳곳을 살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밤을 꼬박 새운 경찰은 조를 나눠 지구대를 청소한 후 지구대 내 2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근무교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주간 근무조에게 간밤의 특이사항 및 장비 인계를 꼼꼼하게 끝낸 오전 8시30분, 12시간의 긴 야간근무는 끝이 났다.

동행한 기자의 발이 풀릴 정도로 힘겨웠던 하루였지만 그들은 담담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김진부 팀장은 “오늘은 신고건수가 45건에 불과(?)했지만 금ㆍ토요일은 정말 눈 코 뜰 새가 없다”며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가 택한 경찰의 길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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