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유동성 확보 차원서 달러의존도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원화 변동성 축소로 외환시장 안정 기대

정부가 최근 세계 각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외환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무조건 많이 쌓는 것이 해결책이었다면 앞으로는 국제 금융협력을 강화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각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국제공조 강화의 한 방안이다.

정부는 이달 들어서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3곳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와도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다. 긴급한 외화유동성 확보 차원이었다.

이제는 목적이 완전히 달라졌다. 교역량이 많은 국가와 자국 통화로 스와프를 체결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 규모가 이제는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상황인 만큼 대외안전성 강화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국제 통화시스템에서 달러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던 만큼 달러 비중을 낮추는 것은 장기 과제로 계속 제시되어 왔다”며 “특히 아시아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지역경제 안정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경우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놔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담보할 수 없고 비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며 “통화스와프 등으로 달러 비중을 낮추는 것이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입결제에서 달러화 의존도는 지난 3분기 83.7%다. 올 1분기 85.0%에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원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수입이 절대적이었던 원자재 결제에 원화가 사용된다면 달러화 의존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수출 역시 달러화의 결제 비중이 86%에 달하며, 원화는 1.9%를 기록했다.

당초 올해 계획했던 통화스와프 체결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정부는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나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약세를 방어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 체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변동성을 축소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