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서 20년의 신경영도 결국은 창조와 혁신이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 없는 삼성’이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중순 여의도 증권가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이상설로 술렁거렸다. 이 회장이 감기로 입원했고 폐렴증상까지 보이면서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예정됐던 신경영 20주년 만찬까지 취소되자 소문은 확산됐다. 건강 이상설은 삼성그룹에서 ‘가벼운 감기증상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일단락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출국했다.
이 회장의 건강이 왜 이슈가 됐을까? 국내 1위 그룹의 총수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최근 기자가 참석한 증권가 한 모임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유럽 재정위기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중 무엇이 한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후자를 꼽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시장에선 여파가 크지만 한국 증시에선 이 회장만큼의 영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이 비슷한 사례로 언급됐다. 애플 주가는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출렁거렸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주가는 하락했고 지금까지 혁신부족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잡스 없는 애플에서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은 나오기 어렵다며 실망한 이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19%에서 올 상반기 41%로 높아졌다. 매분기 삼성전자 실적발표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6월 초 150만원을 넘었지만 같은 달 JP모간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리포트를 낸 이후 급락했다. 분기당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단순히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 하나에 출렁거렸다고 생각하면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사업에 이유와 해답이 있다.
최근 신형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장에선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은 혁신적이진 못하다는 평가다. 아이폰은 그 이전 휴대폰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나 다름없었고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과 디자인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차별성은 거의 사라졌다. 신형이 출시돼도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당장 버리고 구입하고 싶을 만큼의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 제조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가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폰은 ‘성장에서 성숙의 시장’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아이폰 등장 때만큼의 획기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신시장’이 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스티브 잡스 같은 상상력이 녹아든 제품이 나와줘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누군가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팽팽한 긴장감을 조직에 불어넣어줘야 한다. 삼성그룹에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는 아직까지는 사실상 ‘이건희 회장뿐’이다. 20년의 신경영도 결국은 창조와 혁신이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 ‘이 회장 없는 삼성’이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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