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분위기는 참 우울합니다. 최악의 불황 속에 여기저기서 구조조정과 연봉삭감 소리가 들립니다. 소위 ‘잘나간다’는 5대 증권사의 직원들조차 인센티브는 꿈도 못꾸는 실정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 작은 자산운용사가 서울을 떠나 판교로 본사를 이전하는 결정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입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수장’ 강방천<사진> 회장 때문입니다. 강 회장은 업계에서 ‘가치투자의 대가’, ‘한국판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그의 화려한 경력보다 더 주목받는 것은 고정관념을 깨는 과감한 시도들입니다. ‘펀드매니저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처럼 과감한 시도로 업계 트렌드를 선도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2008년 국내 운용사로서는 유일하게 펀드를 판매사 없이 직접판매(직판)하는 체제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의 투자 철학과 속성을 알리고 소통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에 빠져있는 중국에 투자하라고 강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불황이 오히려 1등 기업에게는 가장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 2월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판교 사옥으로 이전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강 회장은 “펀드매니저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에 기초한 풍부한 상상력”이라며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남들과는 다른 해석과 판단을 내리며 액션도 취해야 하는데 갇혀만 있어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삼성테크윈, SK케미칼, 포스코ICT,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엔씨소프트, 넥슨 등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거나 앞으로 입주할 예정이어서 한국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문화기술(CT) 등 융합기술의 선도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들이 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는 남다릅니다.
강 회장은 “ITㆍBTㆍCT의 접점인 판교에는 30대 전문인력 16만명이 상주하게 된다”면서 “이들을 사무실 반경 3㎞ 이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비즈니스 기회”라고 입주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옥이 입주하는 곳은 지하철 판교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본사 이전이 처음 결정됐을 때는 내부적으로 반발도 적지 않았습니다. 젊은 펀드매니저들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너무 멀어진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여의도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기업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의도 업계에서는 ‘우려 반, 부러움 반’의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과연 성공할까”라는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세상이란 건 유기적 질서 속에서 시스템적으로 움직입니다. 자연 현상도 그렇듯 우리 생활에서 어떤 수요가 나타나기 전에는 그 전단계에 현상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자전거 도로가 뚫리면 자전거 산업이 융성하게 되고 자전거 산업이 융성하면 관련 의류 산업이 발전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선후관계를 잘 파악해서 이후에 나타날 현상을 해석하고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펀드매니저의 몫입니다.”
강 회장이 밝힌 투자 성공 비결입니다. 회계적 잣대보다는 ‘상식과 현장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그의 시도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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