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속 이정재가 새롭게 해석한 수양대군은 그야말로 흥미로웠다. 남성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모두 갖췄으면서도 참신한 캐릭터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데다가 숱하게 많은 배우들이 연기한 수양대군이 이정재의 연기력에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지닌 이정재는 자신의 이 같은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정재는 수양대군 역할에 애초에 욕심을 느꼈다. 이정재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언제쯤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쉽지 않을 만큼 빛을 발하는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다.

“남자가 보더라도 정말 멋있는 캐릭터였죠.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었어요. 건강미에 권력에, 따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물론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복잡한 내면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죠.”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인터인지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연습했다.

“촬영 두 시간 전부터 목도 풀고 연습도 많이 했어요. 이것저것 꽤 준비를 많이 했죠. 극 중 얼굴에 있는 흉터에 대해서 많이들 묻곤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영화에서 왕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설정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감독님이 상처 분장을 하면 어떻겠냐고 얘기를 했는데, 저는 괜찮았어요. 수양대군이 젊었을 때 사냥을 한 게 자료에도 많이 나와 있으니 충분히 얼굴에 상처가 있을 법도 싶은 거죠.”

이번 영화 역시 캐릭터들의 향연이 돋보인다. 전작 ‘도둑들’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번 호흡은 정말 최고였어요. 아마 연출자가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그런 배우들이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연출자가 조절을 해야 하니까요. 연기자들도 고민을 해야 하지만요. 어떻게 해야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할 때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아야 할지 등등 고민을 많이 해야 했죠.”

이정재는 ‘관상’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후배 조정석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 나이쯤 되면 상대방이 가식인지 진심인지 보이는데 그 친구는 정말 진심 같더라”며 능청을 떨었다.

“굉장히 착하더라고요. 물론 작품에서 같이 호흡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죠. 그렇지만 조정석 씨는 충분히 촬영을 재밌어 했고, 잘 즐겼던 것 같아요. 그 친구한테 배운 것도 많고요. 또 선배대접을 잘 해주니까 더 고맙더라고요. 요즘에는 후배 눈치를 봐야 하는데 말이죠. 하하하.”

그는 또 “조정석 씨 같은 경우는 코믹 연기에 대한 재능이 굉장히 강하다.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연기가 더 어려운데 그걸 본인 스스로 잘 해내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해 ‘도둑들’ 홍보 차 인터뷰로 만났을 당시 이정재는 “후배라 하더라도 장점은 꼭 본받으려고 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그 생각에 여전히 변함이 없을까.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선함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젊은 후배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죠. 그런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자라면 선·후배 관계에서 선을 그을 수 있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표현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표현의 예술이기도 하고요.”

어느 덧 5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관상’. ‘광해’, ‘7번방의 선물’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또 한 번 천만 영화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흥행이 잘 되면 기분이 정말 좋겠죠. 손익 분기점을 넘기면 회식 자리가 생길 거고, 그 때 오랜만에 모든 스태프들을 볼 수 있을 거고요. 그 때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촬영장을 떠올리면서 단란한 추억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