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내가 만든 회사를 내가 다시 사야하는데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 주주총회나 제품 발표회 때 기자들과 만나 늘 하던 소리였다. 채권단에 모든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만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박 부회장은 반드시 회사를 되찾겠다고 의지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24일 채권단에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부회장의 이 같은 꿈은 꺾이게 됐다. 지난 2011년 워크아웃 단계에서 돌연 경연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다시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팬택은 각자대표 체제로 박 부회장과 함께 이준우 부사장도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이 사임한 뒤 이 부사장이 앞으로 팬택 경영을 맡는다.

박병엽(기업인/교수/팬택대표이사부회장/고려대학교겸임교수)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 주주총회나 제품 발표회 때 기자들과 만나 늘 하던 소리였다. 채권단에 모든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만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박 부회장은 반드시 회사를 되찾겠다고 의지를 표명했었다.
박병엽(기업인/교수/팬택대표이사부회장/고려대학교겸임교수)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 주주총회나 제품 발표회 때 기자들과 만나 늘 하던 소리였다. 채권단에 모든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만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박 부회장은 반드시 회사를 되찾겠다고 의지를 표명했었다.

박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진해진 실적에 직접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팬택은 해외보다 내수에 보다 집중해 제품을 출시해왔는데 국내 시장 10%대 점유율마저도 위태로워지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팬택은 2007년 2분기부터 20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팬택 매출액은 2조2343억7900만원으로 전년도 3조108억4300만원에서 8000억여원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도는 2019억8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775억7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 부회장은 각자대표라는 탈출구를 마련, 직접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투자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주들에게 읍소하면서까지 무상감자를 단행 투자 물꼬를 트는 역할도 했다. 올 초 주주총회에서도 박 부회장은 “목숨을 걸고 올해 1000억~2000억원 투자를 꼭 받아내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팬택은 경쟁사이자 부품수급업체인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당시

팬택은 “삼성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는 박 부회장 공식 멘트를 발표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팬택의 엄연한 경쟁사다. 경쟁사를 상대로 지분투자를 이끌어냈던 건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는 자존심마저 버린 박 부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적자 전환한 재무구조로 주주들 앞에서 ‘투자자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그로 하여금 더욱 이를 악물게 한 것이다.

박 부회장이 물러남과 동시에 팬택은 무급 휴직제도 도입하는 등 강수를 뒀다. 하지만 여전히 팬택은 내수 실적을 우선 회 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함께 연내 아이폰 5S, 5C 등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경쟁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신적 지주였던 박 부회장의 부재에 더해 팬택이 넘어야 할 벽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