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6500억원 자산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12살 배기 소년 크리스토퍼는 최대의 휴양지 플로리다의 좁디좁은 한 원룸 모텔에서 부모,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토마토 케첩 몇 방울 떨어뜨린 삶은 국수 몇 가닥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그 마저도 없어 굶기 일쑤다. (SBS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 프롤로그-최후의 경고’편 중)

영원히 멈춰서는 안되는 열차의 꼬리칸 탑승객들은 바퀴벌레를 짓이겨 만든 단백질덩어리로 굶주림을 채우고, 머리칸의 인간들은 초호화 식당칸에서 바이올린을 들으며 스테이크를 썬다. 그들은 수영장칸의 물에 몸을 담그고, 식물칸의 정원을 거닐며, 클럽칸에서 매일 술과 마약으로 흥청망청한 파티를 연다. (영화 ‘설국열차’ 중)

틸다스윈튼(TildaSwinton/영화배우)
6500억원 자산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틸다스윈튼(TildaSwinton/영화배우) 6500억원 자산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위의 한 장면은 TV카메라가 기록한 ‘오늘의 지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영화가 상상한 ‘내일의 지구’다. 놀랍도록 닮아있지 않은가? 오늘의 미국에선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을 상징하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이 벌어졌고, ‘설국열차’에선 꼬리칸의 탑승객들이 머릿칸을 향해 반란의 진격을 한다. 양극화 사회가 분노와 욕망을 괴물처럼 키웠다. 돌연변이 거인처럼 거대하게 부푼 분노와 욕망이 스크린에서 폭발했다. 현대 사회의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SF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와 스릴러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가 나란히 개봉해 첫 주 ‘대박’을 터뜨렸다. ‘설국열차’는 지난달 31일 개봉해 첫 닷새만에 무려 329만명을 동원했고, 같은날 상영을 시작한 ‘더 테러 라이브’는 그 뒤를 따르며 183만명을 끌어모았다. 관객들은 양극화한 계급사회의 긴장과 갈등으로 가득찬 영화에 온 몸의 신경과 근육을 곤두세우면서도 감정을 이입하고 환호를 보냈다. 개봉(14일)을 앞둔 ‘숨바꼭질’(감독 허정)의 상상력도 이들 작품과 멀지 않다. 반칙으로 얻은 ‘가진 자’의 부(富)와, 반칙으로 뺏고자 하는 ‘못 가진 자’의 탐욕이 죽음의 회로를 이룬다.

‘설국열차’의 거센 흥행 질주 속에서도 선전한 ‘더 테러 라이브’는 평생을 건설노동자로 살아오며 동료들이 공사 중 사고로 죽어나가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무참한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 서울 한강다리 폭파 테러를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테러범은 ‘상위계층 감세정책’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중 청취자 전화연결에 응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다.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반칙과 승자독식의 사회’의 실상은 적나라하고, 대중의 분노와 박탈감은 신랄하다. ‘숨바꼭질’은 한국 사회에서 부와 욕망의 표상인 ‘집’을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영화다.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흉가같은 재개발촌과 초호화 고층 아파트를 시종 대비시키며 죽음과 살인을 부르는 ‘아파트 공화국’의 비극을 추적한다. 모든 것을 잃고 몸 누일 자리조차 찾지 못해 남의 집에 유령처럼 숨어사는 이들이 있다는 상상은 풍요와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지하 배수구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기거하는 현실에서 멀지 않다.

하정우(영화배우)
6500억원 자산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하정우(영화배우) 6500억원 자산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설국열차’에서 머릿칸의 지배자들은 “누구에게나 제 자리가 있다”며 꼬리칸의 사람들에게 체제를 유지하는 질서와 균형을 강변한다. SBS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미국 정치인은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의 시위자들을 향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왜 금융과 은행 탓을 하냐”며 “당신이 실업자고 가난하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 탓이며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이 죽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삿대질을 한다.

지난해 TV는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장난 자본주의’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영화는 과연 이 고장난 자본주의의 미친 질주 끝에는 어떤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는지 묻는다. 탐욕이 죽음의 숨바꼭질을 벌이고, 테러가 ‘라이브’로 중계되는 ‘설국열차’엔 탈출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