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남규리가 확 달라졌다. 기존의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독기를 가득 품었다. 우리에게 생소한 ‘언더커버’라는 신분을 가진 채.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에서 천방지축 제멋대로 인 듯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윤수민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강도 높은 액션신과 절정을 오가는 감정연기 등을 선보이며 기존에 선보였던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규리는 다소 힘들었던 촬영과 감정 소모 때문에 전보다 야윈 얼굴이었지만, 얼굴에 담긴 미소만큼은 가릴 수가 없었다.
“윤수민이라는 캐릭터가 복잡한 캐릭터라 촬영 중에는 마음 편하게 배불리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촬영이 없는 쉬는 날에도 계속 움직여서 포만감을 없앴거든요. 포만감이 들면 왠지 제가 나태해지는 것 같았어요. 한 4킬로그램 정도 빠졌거든요.”
남규리에게 있어 ‘무정도시’는 ‘성장통’ 같은 작품이다. 그가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은 결코 적지 않다.
“유미 언니도 저한테 ‘무정도시’는 성장통과 같은 작품일거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전에 했던 작품들도 사실 저한테는 쉽지만은 않았어요. 할 때마다 긴장하고 남들보다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무정도시’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깨우치게 됐어요. 남규리에게 있어서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에요.”
그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스스로를 예민하게 만들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렇게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에게 가지고 있던 다른 모습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화면에 비춰지는 윤수민은 많이 절제된 상태였어요. 한번은 촬영 감독님이 영상을 돌려 보다가 정말 괜찮냐고 물으신 적이 있어요. 심하게 다쳤는데, 이러다 내가 죽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더욱 처절한 모습들이 있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해요.”
‘언더커버’라는 직업 자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형사의 모습은 잠복하는 수준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첩보활동을 여자가 한다는 건 더욱 생소했다. 남규리 본인도 이러한 캐릭터가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장르적으로도 어렵고 캐릭터도 생소했어요. 그러다보니 직업군에 있어서 특징을 찾기 어려웠어요. 촬영 중에 정을영 감독님에게 몇 번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원래 대놓고 칭찬을 안하시는 편인데, ‘애썼다. 노력은 다 알아줄거야’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은 듯 기뻤어요. 첫 술에 배루를 수 없듯이 이번 작품은 남규리가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연기하는 사람이고 의외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제는 윤수민을 떠나보내야 하지만 그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가 이번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윤수민을 다 떠나 보낸 것 같지 않아요. 지금은 너무 아쉬워요. 좀 더 잘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던 캐릭터에요. 좀 쉬다가 다른 캐릭터를 만나야 될 것 같아요. 특히 배우 분들이나 스태프 분들 모두 정말 좋았어요. 유미 언니도 이런 현장은 만나기 힘들다고 할 정도에요. 한 15~16부 정도 지났을 때는 윤수민이 몸에 익으면서 재미난 일들도 많았었는데, 금방 작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뿐이에요.”
그동안의 ‘남규리는 어디갔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남규리가 ‘무정도시’를 통해 보여준 모습은 팬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주 잠깐 지나가는 생각으로 ‘아! 이 캐릭터 때문에 날 잃어버리지 않을까’라고 여길 정도로 힘들고 외로웠던 적이 있었어요. 막상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나 혼자만 이렇게 했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주변 분들이나 팬 분들의 칭찬을 듣고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는 달라진 것이 아니라 원래 진지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고 접할 길이 없었을 뿐이다. 그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오히려 예전에는 목표가 있었어요. ‘몇 년 안에 그 목표를 달성해야지’라고 살다가 도달하지 못하면 너무 괴로웠어요. 그런 목표 보다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목표로 삼았어요. 이제는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들에게 붙는 ‘신뢰’를 쌓고 싶어요. 연기를 더 진지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차근차근 연기적 경험을 쌓아서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인생의 화두가 ‘사랑’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멜로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단벌 숙녀’인 탓에 코디 동생에게 항상 핀잔을 듣는 남규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화면에서 비춰지는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있는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그동안에는 혼자 갇혀서 지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지낼 거에요. 운동도 열심히 해서 이제는 도망 다니는 액션 말고 ‘여전사’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이러한 저를 보여줄 그날까지 어떠한 장르, 캐릭터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더욱 힘내서 연기할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무정도시’를 통해 ‘성장통’을 겪었기에, 그가 앞으로 선보이게 될 다양한 모습이 궁금해진다. 다음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