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현실화땐 국내 생산차질 불보듯
현대ㆍ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는 등 본격적인 파업 준비에 돌입함에 따라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당장 현대ㆍ기아차 안팎에선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 측이 해외공장 가동률을 높여 국내 생산차질분을 벌충하는 카드를 또다시 빼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14일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파업으로 라인이 멈춰설 경우 회사 측에선 해외 생산을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국내 전후방산업 연관효과, 그리고 수직계열화에 따른 다른 계열사에 대한 영향도 커 무작정 국내만 바라볼 순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주말 특근이 중단되자 현대차는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해외 주요 공장들의 가동률을 120% 수준까지 높여 국내 생산차질분(약 7만9000대)만큼의 물량을 해외에서 만들었다.
현재 현대차는 전 세계 7개국 10개 해외공장을, 기아차는 3개국 5개의 해외공장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총 8개국(미국, 중국 중복) 15개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도 현대차 터키 공장 증설(10만대→20만대), 중국 4공장 건설 추진 등이 진행형이다.
반면 국내에선 무려 18년 동안 신규 공장 건립이 없었다. 광주 공장 라인을 조정해 생산량을 일부 확대하고, 기아차 하청 생산업체인 동희오토를 통해 공장을 증설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회사 측은 “세금, 환율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현지화를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지만,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 기아차의 강성 노조 탓도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GM은 국내 한국지엠이 전 세계 물량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최근 인건비 급증과 전투적 노조 등을 이유로 한국 내 생산시설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국내 생산시설 축소까지는 아니지만 해외 공장 증설과 생산 확대로 자연스럽게 국내 생산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중순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90여명 규모의 해외공장지원실을 신설토록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설 조직은 해외 공장들의 품질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업무를 담당할 전망이지만, 만약 특정 공장에서 파업 등으로 갑작스럽게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업무도 일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에선 잇따라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반대로 해외에선 신규 공장 증설 및 기존 공장 가동률 증가가 진행되다 보니 현대ㆍ기아차의 해외생산 의존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해외생산 비중은 현대차가 61.5%, 기아차는 43.4%. 10년 전(2003년 말 기준)만 해도 해외생산 비중은 현대차가 12.5%, 기아차가 5.7%에 불과했다.
김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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