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120다산콜센터 근로자들의 파업 선언으로 서울시의 간접고용 및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정규직)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들의 고용안정성에 집중한 나머지 형평성과 장기대책의 미비로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또 시가 본청 소속이 아닌 산하 투자ㆍ출연기관 소속으로 직접 고용화 하고 있어 시 산하 기관들의 반발도 상당한 상태다.

▶120다산콜센터, 서울시 아닌 ‘시설관리공단 밑’으로 가닥=서울시와 서울시 25개 구청의 통합민원안내를 맡고 있는 120다산콜센터가 24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시가 이들을 서울시가 아닌, ‘서울시설공단’ 소속으로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이 다산콜센터 직원들을 서울시설공단 소속 직접고용(정규직)하는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에 다산콜센터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형식으로 내부적으로 거의 확정된 상태”라면서 “올해 11월께 매킨지의 시 산하 투자ㆍ출연기관 컨설팅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본청 소속으로 두지 않고 서울시설공단으로 맡기는 이유는 시가 공무원 수 제한을 받고 있어 500여명의 다산콜센터 직원의 직접고용하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시설공단은 시 산하기관으로 시가 위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로 인해 공단이 다산콜센터 민간위탁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도 시는 직접고용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직접고용은 맞지만 사실상 서울시 소속이 아닌 시설공단 소속이라 신분과 처우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산콜센터 노조는 시의 직접고용과 임금 20%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고용할 경우 정규직 공무원지만 시설관리공단에 고용될 경우 준공무원이다. 정규직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관리받지만 준공무원은 자체 사규가 적용된다. 일례로 정규직공무원과 달리 공무원연금혜택이 없고 연봉도 경영수익사업에 따라 달라진다. 정년도 공무원보다 2년 짧은 58세다. 사실상 민간인 신분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폭도 먼저 정규직화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인상폭을 상회하는 만큼 인상률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시 투자ㆍ출현기관들 “부담은 떠넘기고 생색만 내는 서울시” 불만=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에 대해 시 산하 투자ㆍ출연기관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규직화 했다는 생색은 서울시가 내고 실제 부담과 책임은 투자ㆍ출연기관에게 떠밀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 공약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1400여명의 시 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데 이어 2017년까지 청소, 시설ㆍ경비, 주차ㆍ경정비의 비정규직 6200여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 서울시 산하기관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규직화했다는 상당 수가 투자ㆍ출연기관 소속”이라며 “가장 골치 아픈게 인력관리인데 이런 일은 투자ㆍ출연기관으로 떠넘기고 생색은 박원순 시장이 다 내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시설공단도 본래 업무는 시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것인데 청소노동자, 장애인콜택시 등 기관 설립 목적과 맞지 않은 사업들이 시로부터 일방적으로 내려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만약 다산콜센터 직원 관리업무까지 공단을 내려 올 경우 그 수가 워낙 많고 성격도 기존 업무와 판이해 ‘처’ 수준의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시 투자기관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관리해야 할 기관과 임금 등 사사건건 부딪치는 노조가 또 하나 더 생긴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투자기관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예산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시는 정규직화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평균 16%상승한 반면 예산은 50억원 가량 절감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에 대한 관리비용과 호봉상승에 따른 각종 수당인상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B산하기관 관계자는 “당장은 이들에 대한 인건비 등을 서울시가 지원해주겠지만 시 기조 자체가 투자ㆍ출연기관의 예산을 깎고 있어 몇년 후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산하기관 관계자는 “서비스 업무가 주인 기관은 노동유연성이 필요한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놓았다”며 한탄했다. 일부에서는 기존 정규직보다 많은 청소노동자 등 비정규직들이 정규화될 경우 교섭권이 넘어가 기관 설립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