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성지 허베이 시바이포 방문 “겸허 · 고난속 기풍 유지” 주문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사진)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혁보다는 권력의 중앙집권화와 국가기강 강화에 치중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1~23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시찰하면서 마오쩌둥의 옛 거처도 방문했다. 1950년대 마오는 여름 때면 이 곳에 머물면서 수영을 즐겼다. 시 주석은 집을 관리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올해가 마오 주석의 탄생 120주년이니 이곳을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애국주의와 혁명전통을 교육하는 장소로 잘 활용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1주일 전인 11∼12일에는 혁명성지인 허베이(河北)성 시바이포(西栢坡)를 찾았다. 시바이포는 국공내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9년 마오가 베이징에 입성하기 직전 지휘소로 삼았던 곳이다.

당시 마오는 시바이포에서 “붉은 조국의 색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시바이포 방문에서 마오가 제시했던 ‘양개무필(兩個務必)’ 정신을 강조했다. 양개무필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두 가지’라는 뜻으로 마오가 당원들에게 “겸허함을 잃지말고 고난을 이겨내는 기풍을 계속 유지하라”고 주문한 것을 말한다.

WSJ은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 시절 부친이 숙청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지만 일당 지배체제 및 마오쩌둥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면서 “그가 최근 보이고 있는 정치적 행보를 보면 그의 재임기간 중 의미있는 정치·경제 개혁이 진행될 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의 어릴 적 친구가 “시 주석은 10대 시절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이론에 대한 독서에 열중했다”면서 “이제 시 주석이 자신의 진짜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좌파를 끌어안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화된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좌파세력들 사이에선 시 주석의 행보는 지지를 받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지지자이자 중국 내 신좌익 움직임을 주도하는 후안강(胡鞍鋼) 칭화(淸華)대 교수는 “마오쩌둥은 우리의 귀중한 자원”이라며 “시 주석이 하는 일에 놀라지 않는다”고 개인 블로그에 썼다.

좌파 경제학자 장훙량(張宏良)도 “신 좌파는 시 주석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그의 최근 연설은 우리의 정치적 제의를 충분히 흡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보스턴대의 중국정치학 교수인 조셉 퓨스미스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을 지지하는 틈을 타 신좌익들이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WSJ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