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 경사는 요즘에도 거의 매일 주취자와 민원인에 시달린다. A 경사는 지난 4일 새벽 2시께에도 성인남성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만취한 B(25ㆍ무직) 씨는 한 유흥업소 직원에 행패를 부리다 경찰이 이를 만류하자 경찰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B 씨는 또 여러차례 A 경사를 밀치고 때리려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결국 A 경사는 B 씨가 “경찰은 살인자도 못잡아들이는 병신”이라고 욕설한 것에 대해 모욕 혐의로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B 씨가 경찰을 밀치며, 때리려 주먹을 휘두르고 멱살을 잡은 혐의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공무원에 대해 폭행ㆍ협박 등을 행사해 정상적인 직무 집행을 방해한 ‘공무집행방해사범’이 지난 한해 동안 1만5000명에 달하는 것(헤럴드경제 2013년 8월 21일자 11면 참조)으로 보고됐지만 실제 공무집행방해사범은 이 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실제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가 발생해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접수되는 경우가 열 중 두, 셋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모 지구대 순찰팀장인 C 씨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증거확보가 어렵고, 다른 사건보다 수사진행이 더뎌 경찰관 대부분이 접수하기를 꺼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대부분 ‘경찰이 불친절해서 그랬다’, ‘경찰에 먼저 폭행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공무집행방해죄 접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찰의 자질이 부족하거나 ‘욱‘하는 성격을 참지못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사건을 넘기는 게 아닌가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모 지구대 소속 D 경사는 “형사들이 다뤄야할 사건이 많은 상황에서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들어오면 다른 강력사건 수사에 지장을 주게 돼, 일선 형사들은 보통 공무집행방해죄가 접수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면서 “해당 경찰이 조사를 받는 동안 동료 경찰이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점도 공무집행방해죄 접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 적용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명확치 않은 것도 접수기피에 원인이 되고 있다. C 순찰팀장은 “주취자나 민원인에게 주먹으로 맞은 경우는 대부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접수하지만, 밀치거나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리는 정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일선 경찰들도 헷갈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 10건 중 7,8건 정도는 ‘경찰이 맞을 수도 있지’라며 참고 넘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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