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재계가 철폐를 요구하는 또다른 독소조항이 있다. 바로 기업인 배임죄에 관한 것이다.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지적을 받아온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규정을 개선, 단순한 경영상 판단 실패로 인한 것은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교수가 작성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놓고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 제기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이를 통해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처벌이 가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형법상 배임죄가 업무상 배임에 의한 것인지,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 대해 국내 법학자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의 학자들도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배임죄의 경우 행위주체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규제 대상인 임무위배행위가 상당히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 교수는 “최근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형량을 강화하고 집행유예ㆍ사면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자칫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간 범죄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배임죄 규정의 폐지 여부를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사안이라며 우선적으로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상법 규정의 개정을 제안했다.

재계 입장도 마찬가지다. 경영 판단 사항을 배임죄에 적용하면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나아가 말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론 위기 경영 속에서 도전적인 경영이 필요한 시점에서 누가 뒷말이 뒤따를 수 있는 고(高)리스크 경영 판단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10대그룹 임원은 “경영 판단 사항 마저 배임죄를 적용한다면 기업 경영은 소극적이고 안주할 수 밖에 없는 흐름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업이나 창조적 기업은 더이상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