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ㆍ양대근 기자] 한 때 한국의 월스트리트를 꿈꾸던 서울 여의도 브레인들이 하나 둘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시장에 돈이 말라붙으면서 증권업은 숨쉬기도 버거운 형국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유례없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강남의 노른자위에서는 영업점 통폐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증권업이 레드오션이 된 것은 경쟁사 수가 많은데 목표와 고객이 같기 때문이다. 62개 증권사가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같은 영업력을 펼치는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증권업 영업활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증권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보고자 나섰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증권사 특화로, 대형사의 투자은행(IB)역할 및 전문사업 모델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전문사업모델의 일례로 자산관리전문 혹은 기업금융전문 증권사를 제시했다.

그러나 증권사별 전문사업모델의 길은 요원해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를 상위 5개 대형사와 차상위 15개사, 하위 22개사로 구분한 결과, 규모에 관계없이 자기매매와 위탁매매가 전체 사업모델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대다수를 차지하다보니, 거래대금이 줄면 증권업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심화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율 및 펀드 판매보수 인하로 증권사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코스피 상승시에도 실적 개선 기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2001년 기준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은 0.195%(19.5bp)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0.093%(9.3bp)까지 낮아졌다.

브로커리지의 대안으로 제시된 기업금융(IB)에서도 성장이 둔화되긴 마찬가지다. IB는 딜을 성사시키고 성공보수를 받아 이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급감하자 증권사들이 IB사업에서도 저가 수주로 대응한 것이다.

실제로 공모 규모가 5000억원 이상되는 대형 딜의 경우 통상 1% 내외의 수수료가 적용돼왔는데 지난해 하반기 있었던 주요 딜에서 국내외 대형 IB가 10분의 1 수준의 수수료를 적어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나마도 인수합병(M&A) 등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PE)가 새롭게 뜨자 증권사들은 더욱 구석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IB 담당 직원들은 MBK파트너스나 보고펀드 등 PE가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자, 자문사 역할을 하는 증권사보다 PE로 이직해 딜의 주체로 일해보고 싶어한다”면서 “탁월한 경쟁력 없이 가격인하로 승부해서는 IB가 증권업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패밀리오피스’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자산관리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