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5> 바람에 맞서는 법 (64)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공지호 부부장은 모자로 사타구니를 가린 채, 외팔 만세를 부르면서 조선인민의 본때를 보이고 있는 중이라며 뻐겨댔다. 도형철도 그와 보조를 맞추어 함께 만세를 불러야만 했다. 끗발로 보나 당 서열로 보나 공지호가 만세를 부르면 자기는 만만세를 불러야 할 판이었으니 두 손을 번쩍 하늘로 뻗쳐들었다.
“조선 인민 만만세! 공지호 동지 만만세!”
멀리서 보자니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늙수그레한 두 남자는 고래고래 만세를 외치고, 새파랗게 젊은 여자 둘은 그린 위에서 팔짝팔짝 뛰고…
멀리서 그들을 눈여겨보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라제니 골프클럽의 필드 매니저였다. ‘와러 테러블 노이즈! 웨어러 데이 프롬? 어쩌고 하며 눈살을 찌푸리던 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급기야 쌍안경을 끄집어내었다.
쌍안경을 통해 당겨져 보이는 모습에 그는 끌끌 혀를 찼다. 저게 뭐하는 짓들일까? 촌것들이라 여겨졌으니 홀인을 한 뒤에 만세를 부르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잠시 후, 늙은 남자 하나가 젊은 여자 등 뒤에 붙어 서서 망측한 행동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가.
욕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흉보는 소리? 셰엣, 셰엣,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필드매니저가 그들을 향해 전동카트를 몰아갔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자면… 그 망측한 장면이야말로 공지호 부부장이 진땀을 빼며 교습을 거행하는 순간이었다. 한 손으로 퍼터를 들고 슬쩍 갈긴 것이 정확히 홀인 된 것 까지는 좋았다 치자. 문제는 그 모습에 젊은 아가씨들이 감탄을 내뱉으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부부장 동지, 한 수 갈쳐주시라우요. 우린 아무리 애를 써도 공알이 갈짓자 걸음을 한단 말입네다.”
“거 아무나 본때를 보이면 누구나 선수 되간?”
“너무 재지 마시고 자세부터 똑 부러지게 갈쳐주시라요.”
급기야 노랑 모자 아가씨는 공지호 부부장의 한쪽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그러니 더 이상 마달 수 있나? 공지호 부부장은 노랑 모자 아가씨의 등 뒤에 붙어 서서 퍼터를 잡는 법부터 전수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빳따는 말이디, 망치 잡듯이 하는 게 아니라우. 요로케 손바닥 안에 착 붙이고서 말이야, 요로케 할랑할랑 흔들어야 제맛이디.”
차라리 이 순간에 입성을 제대로 걸쳐 입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둘이 다 아담과 이브처럼 홀랑 벗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녀의 등 뒤에 바싹 다가서 있자니 모자 속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공지호의 지겟작대기가 영 민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니 이마에 진땀이 돋아날 수밖에.
“눈으로는 카부를 똑바로 봐야하디. 카부 직경이 108미리메타인데…”
대충 이 단계까지 교습이 진행되었을 때 결국 사달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느닷없이 다가온 전동카트에서 필드 매니저가 뛰어내리며 호각을 불어 젖힌 것이었다. 놀래라… 너무 놀라다 보면 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놓치기도 하는 법.
공지호 부부장의 손에서 떨어져나간 챙 넒은 모자는 쳇바퀴 구르듯 데굴데굴 그린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필드 매니저가 노려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공지호의 사타구니 부위였다. 젊은 여자의 엉덩이 바로 뒤에서 힘차게 용맹정진하고 있는 그의 지겟작대기가… 필드 매니저의 눈에 곱게 비쳐질 리 만무했다.
“오우, 노우! 노우! 노우!”
‘노우’를 세 번이나 반복한다는 것은 필드 매니저가 놀라고, 화나서 경고조치를 감행하겠다는 표시였다. 그는 호각을 계속 불어대며 붉은 글씨로 인쇄된 경고장을 공지호의 눈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그 경고장에는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을 것이 뻔했다. ‘자신과 타인의 몸을 존중하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 것이며, 성적인 행동은 추방대상입니다.’라는.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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