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쫓아낸 ‘아랍의 봄’ 이후 첫 민선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되면서 이집트 정국이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설사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 축출에 성공하고 정권을 잡더라도 극심한 국론 분열이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력 간 이익 충돌이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현 정권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과 이에 맞서는 군부 및 세속ㆍ자유주의 진영 간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집트의 시위 사태와 관련해 무르시 대통령에게 조기 선거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이를 부인하며 이번 사태에 아직까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에 이어 다른 중동국가 등 외부세력이 개입하게 되면 이집트 정국은 장기적인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론분열, 무바라크 때보다 심각=이집트는 무바라크 정권 이전보다 훨씬 더 분열된 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많은 희생을 치른 이집트의 민주화 실험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다.
2년 6개월 전만 해도 자유ㆍ세속주의 세력과 무르시의 정치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나서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무르시가 독주체제를 굳히는 사이 두 세력은 상호 비방을 주고받는 ‘숙적’관계로 발전했다.
양측은 지난해 말 이집트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무르시 찬반 시위를 벌이면서 충돌, 수십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무르시는 또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가 대통령궁 주변에서 자주 열리자 이 지역에 콘크리트 장벽까지 설치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에 벽을 쌓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무력 개입 의사를 밝히며 무르시를 축출한 군부는 이집트 정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무라바크 축출 때는 시민혁명에 참여하면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고, 민선 대통령 집권 직전에는 대통령 군통수권을 박탈하는 공세를 펴기도 했다.
무르시와 여당인 무슬림형제단, 이에 맞서는 자유ㆍ세속주의 세력, 그리고 막강한 군부세력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사상 초유의 내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세력 개입 시 혼란 장기화=이런 가운데 3일 CNN은 미국이 이집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르시 대통령에게 조기 대선과 내각 개편을 제안했다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무르시 대통령에게 새 총리와 내각을 지명하고 검찰총장을 경질하도록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군부에는 “쿠데타를 일으킬 경우 (연간 15억달러의) 원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런 결정을 내릴 주체가 아니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이집트 군부 지도부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사실상 상황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척 헤이글 장관이 전날과 지난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과 두 차례 전화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미국이 무르시의 퇴진과 군부의 국정 장악을 사실상 묵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는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에 전권을 이른 시일 내에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미국이 현 정권 지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주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집트 사태로 제2의 민주혁명이 다시 번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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