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터넷방송을 즐기는 A(27) 씨는 지난달 한 동영상을 보고 경악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젊은 남성이 어머니뻘의 식당 종업원에게 “XX년, X같은 년” 등의 욕설을 퍼붓고 있었기 때문. A 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수백명의 시청자가 “재미있다”, “잘한다”는 등의 말로 남성을 응원했고, 신이 난 남성은 욕설의 수위를 더욱 높여갔다.

과거 ‘철없는 개인의 장난’으로 치부됐던 장난전화가 인터넷상에서 일종의 집단문화로 정착하면서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4일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 ‘장난전화’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수백개의 블로그와 카페가 쏟아져 나왔다. 눈길을 끈 것은 ‘장난전화 팬클럽’. 인터넷에 장난전화 녹음 파일을 올려 유명인사가 된 몇몇 이들의 팬카페다. 200여건이 넘는 장난전화 녹음 파일이 올라와 있는 이 카페는 가입자 수만 1000여명이 넘는다. 인터넷방송 사이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국내 한 유명 인터넷방송 사이트에서 장난전화를 검색해 본 결과, 188건의 관련 동영상이 나왔고 조회 수가 3000건이 넘는 장난전화 영상도 있었다.

문제는 장난전화의 성격이 이처럼 집단적으로 변화하면서 장난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장난전화 자체는 불법행위로 처벌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담은 음성 파일을 공유하거나 유포해 부추기는 행위, 방송하는 행위는 따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불법정보심의팀 관계자 역시 “인터넷방송에서 이뤄지는 장난전화 생중계는 일일이 모니터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