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 낯뜨거운 계약서 한 장이 등장했다.

‘남녀 계약 당사자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으며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기된 ‘성관계 표준 계약서’다.

성관계 표준 계약서는 최근 친고죄 폐지 등 성폭력 관련 처벌이 강화되면서 등장했다. 출처와 만든이가 불분명한 이 계약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성관계 표준 계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요·협박·약취·유인·매매춘 등의 사실이 없음 ▷상호 민·형사상 성인임을 고지했음 ▷임신을 해도 남자 측에 책임을 묻지 않음 ▷사진촬영, 녹음, 동영상 촬영 등의 행위를 일절 하지 않음 ▷일회성 만남을 원칙으로 하고 결혼·약혼 등을 약속한 사실이 없음 ▷성관계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지 않음 등 총 9개 조항이 담겨 있다. 또 ‘이를 어길 시 모든 민·형사 소송에 면책권을 갖고 1억원을 배상한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 20대 여성 누리꾼은 “사랑해서 성관계를 하는 게 아니라 성관계를 위한 남녀의 합의서라니… 요즘 젊은이들의 문란한 성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성폭행 전에 강제로 계약서를 들이밀어 사인을 요구할 지 어떻게 아나. 정욕을 위해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계약서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남성 네티즌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해도 강간범으로 몰리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성관계 후 태도가 돌변해 돈을 요구하는 악질적인 꽃뱀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얻으려면 서로 내용에 동의하는 사인을 한 뒤 공증을 해야한다. 하지만 공증 처리를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수사에서 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강압이나 위계 여부 등을 따져 결정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나중에 고소를 취하하면 성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 친고죄가 폐지됐다. 성관계 표준 계약서는 이처럼 성폭력자들의 처벌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려는 ‘꼼수계약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