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지만 중소기업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벌써 한ㆍ유럽연합(EU) FTA가 발효 2주년이 됐고, 한ㆍ미 간의 그것도 1년이 훌쩍 지났다. 발효 당시 국내 연구기관들은 한ㆍ미, 한ㆍEU FTA가 10년에 걸쳐 국내총생산을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했고, 전 산업에 걸쳐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한ㆍEU FTA는 동아시아에서 체결한 최초의 FTA로, 한ㆍ미 FTA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수출증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한ㆍEU FTA의 경우 발효 1년차까지 1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한ㆍ미 FTA로도 대미 수출입은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이런 수출증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54.3%는 ‘한ㆍ미 FTA 발효 후 수출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고, 13.7%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연관된 부품ㆍ소재산업의 수출은 늘었을지 몰라도, 완제품 수출이 많은 중소업체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소기업들이 무관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여러가지 FTA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필자가 경영하는 웰크론그룹 가족사 한 곳도 FTA 무관세 혜택 품목을 입증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는 최근 유럽의 업체에서 관세혜택을 받아 부품을 수입했다. 그러나 수입통관에 필요한 유럽업체의 수출자인증번호가 FTA체결 이전의 것이었고, 통관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이러한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관세를 환급받게 됐지만, 수입부품이 관세혜택 대상 품목임을 증명하기 위한 사후검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을 투입해야 했다. 수입하는 업체가 확인하기 어려운 수출자인증번호를 즉각 검색해볼 수 있는 전산 시스템만 구축돼 있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복잡한 과정과 긴 공방을 통해 번거로운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문제다. 최근 국내 60여개 기업이 미국 관세청으로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사후검증을 위한 사전질의서’를 받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하기 위한 서류가 수십종에 이르는 데다, FTA 체결국별, 수입ㆍ수출 품목별로 원산지 판정 기준이 달라 작성하기에 까다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산지확인서가 허위로 판명될 경우 해당 작성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데, 유해물질 환경제품을 표기해야 할 경우에는 전문적인 분야까지 확인ㆍ검토ㆍ보완해 처리해야 한다.

이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지원해 주거나, 전문가를 파견해 주는 등 지원책이 시급하다. 또한 앞서 예로든 사례와 같이, 수출자인증번호를 잘못 기재해 사후검증을 실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류를 확인ㆍ검증하고, 인증번호의 변경사항을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ㆍ중 FTA 체결을 앞둔 이 시점 한ㆍ미, 한ㆍEU FTA 발효 이후 어떤 문제점과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해 전략을 새로이 구축한다면, 성공적인 한ㆍ중 FTA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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