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서커스이지요.”
영화 ‘미스터 고’에서 중국 서커스단의 어린 단장인 15살 소녀 웨이웨이(쉬자오 분)가 말했다. 극중 지린 성 지진에 희생된 소녀의 할아버지(변희봉 분)는 생전 야구광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야구의 매력이 뭔지 아니?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라는 점이지.”
김용화 감독의 ‘야심’은 이 단 두 마디의 대사 속에 응축돼 있었다. ‘미스터 고’의 영상은 전광석화같은 스윙으로 야구공을 전광판에 꽂고, 지축을 흔들며 그라운드를 도는 ‘야구하는 고릴라’의 기상천외한 3D서커스였다. 스토리는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돼 있는”, 예상된 수순으로 정해진 길을 가는 가족 오락 판타지였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함께 한국영화 올해 최고의 대작이자 화제작으로 꼽히는 ‘미스터 고’가 8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실물(모형)없이 순수하게 스크린 상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구현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촬영해 상영되는 한국영화 최초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 한국영화 인력과 기술,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영상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이제까지 한국영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한 단계 진일보 시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극중 285㎏의 거구, 인간의 20배에 달하는 힘을 가진 45세의 고릴라 ‘링링’에 생명과 감정을 부여한 것은 ‘털(fur)의 기술’과 ‘모션 캡처’였다. CG영상기술에서 최고 난이도로 꼽히는 것이 바로 물과 털. ‘미스터 고’에선 실내외, 밤과 낮의 빛과 바람, 습도에 따라 고릴라의 몸을 뒤덮은 80만개의 털이 제각각의 모습과 방향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살아있는 동물을 촬영한 듯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재현해냈다. ‘미스터 고’의 링링과 ‘내셔널그래픽’ 속 아프리카 고릴라가 다르지 않았다. 털이 눌리고 뒤엉킨 위로 링링의 몸에 덧입혀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은 스윙을 하고 주루를 하며, 뒹구르고 엎어지는 동안 접히고 구겨지며 세밀한 그림자를 만들었고, 그라운드 위의 잔디는 고릴라의 발걸음과 바람에 따라 누웠다 일어섰다를 거듭했다. 투수가 던진 ‘돌직구’가 객석을 향할 때는 관객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릴 정도로, 깊이감과 공간감 뿐 아니라 돌출효과도 돋보였다. 웬만한 장편 영화 1편 분량인 1000컷이상 등장하는 ‘링링’의 제작에 쏟은 돈만 전체 예산 300억원(마케팅 포함 총제작비) 중 3분의 1이 넘는 약 120억원이다.
1985년 발표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 고’는 중국 전통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던 고릴라 링링과, 단장이었던 할아버지가 죽자 어린 나이에 서커스단을 이끌게 된 소녀 웨이웨이가 빚을 갚고자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성동일이 류현진, 추신수(카메오 출연) 등 한국 선수들을 해외에 족족 팔아먹는다고 프로야구계로부터 인간사냥꾼으로 지탄받는 스포츠 에이전트로 출연해 링링, 쉬자오와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고릴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족족 홈런을 치며 프로야구계에서 활약한다는 내용이나 괴력의 또 다른 고릴라가 나타나 투타 대결을 펼치는 등 영화는 드러내놓고 12세 관람가 가족 판타지를 지향했다. ‘국가대표’에서의 비약 같은 김용화 감독 특유의 ‘착한 판타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가족 영화로선 오히려 큰 미덕이 될 수 있다. 중국 영화사 화이브라더스에서 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17일 한국에 이어 18일엔 중국 전역 5000개 이상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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