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영화 ‘7번 방의 선물’ 의 모티브가 됐던 실제 주인공이 국가로부터 26억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억울함은 조금이나마 풀렸겠지만, 인생은 망가지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정원섭(79)씨는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하지만 그해 9월 27일. 당시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아홉 살 난 딸이 춘천시의 한 논둑에서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내무부 장관은 보름 내로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고 정 씨가 희생자가 됐다.

정 씨의 만화가게에는 피해자가 온 적이 없었지만,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자주 다닌 곳이라는 이유로 정 씨를 구타하고 고문한 끝에 검거시한인 10월 10일 범행을 자백받았다.

정 씨는 강간치상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결국 이듬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후로 15년여를 복역한 뒤 정 씨는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에 정씨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2009년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 결과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 박평균)는 정 씨와 그의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 씨는 국가로부터 금전적 배상을 받게 됐지만,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는 충격으로 숨졌고 가족들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왔다. 2011년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은 뒤 정 씨는 모두 용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