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북자 부부의 하소연
1995년 겨울 압록강 건너 탈북 중국서 가명으로 호구 만들어 중국서 태어난 아들 호적입적
2011년 동남아 거쳐 한국 입국 우리정부 “아들 한국인 불인정”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북한을 탈출했는데, 내 아이가 불법체류자라뇨?”
충북 진천군에 정착해 사는 탈북자 박형묵(46ㆍ가명) 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1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태경(6ㆍ가명)이가 아직까지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막힌 사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1995년 11월 압록강에 낀 살얼음을 헤집으며 중국으로 들어온 박 씨는 1999년 길림성 내하구에서 지금의 아내 조선족 이길녀(35ㆍ가명) 씨를 만나 터전을 잡았다. 이후 박 씨는 탈북자임을 들켜 북송될 위기에 빠졌으나, “돈을 내면 호구(한국의 주민등록증)를 만들어 주겠다”는 중국 공안의 제안에 뒷돈을 내고 ‘김경남(가명)’이라는 이름으로 호구를 만들었다.
그 후 박 씨 부부 사이에 태경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당연히 김경남이라는 호구에 등록됐으며, 중국인 김경남의 중국인 아들 ‘태경’이가 됐다. 이후 박 씨의 처형이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아내가 ‘친족 초청인’ 자격으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박 씨는 태경이와 함께 2011년 태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 같은 해 12월 1일 한국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하지만 박 씨 부부는 우리나라 정부 측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들 태경이를 한국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아이가 중국에서 태어났고 박 씨가 중국에 있을 때 사용했던 김경남의 아들로 등록이 이미 됐으며, 태경이가 박 씨의 친자라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소용 없었다. 면사무소는 출입국관리소에서 확인을 받아오라 하고, 출입국관리소는 가짜 인물인 김경남의 아들로 등록된 호구를 아내 이 씨의 호구로 이전해 오든가, 중국 정부의 친자 확인을 받아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DNA 검사까지 했으나, 면사무소에서는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는 아들을 한국인으로 만들기 위해 태경이를 부인 이 씨의 혼외자로 등록하려고까지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박 씨는 “아이 유치원에선 불법체류자를 받아줬다는 오해를 받을까 아이 이름표도 안 달아준다”며, “자유의 땅 한국에서 떳떳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국ㆍ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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