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김수현의 세상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훔친 김수현. 전작 ‘드림하이’에서 ‘삼동이’ 열풍을 일으킨 그는 ‘해를 품은 달’로 절정의 인기를 맞았다.
이후 천만 영화 ‘도둑들’로 스크린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수많은 영화인들이 김수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그렇게 수십 편의 시나리오가 쌓여갔다. 그런 그가 야심차게 선택한 영화는 다름 아닌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달동네 바보’ 동구부터 ‘엘리트 남파 간첩’ 원류환까지 다재다능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김수현을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수현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과 인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저 영화만 잘 됐으면 좋겠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간첩 원류환이 서울의 어느 달동네 바보 백수로 위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분단 현실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과 동네 사람들 간 따뜻한 정서를 역동적인 액션과 감동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누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이 그랬듯 영화에서도 역시 김수현의 멜로는 찾을 수 없다. 여성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로 상의를 노출하고 멋있는 액션을 소화하지만 여주인공과의 아련한 러브라인은 볼 수 없다.
“러브라인이요? 영화가 전개 되는 데 있어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 만약 처음부터 아쉬웠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겠죠.(웃음) 오히려 남자들끼리 현장에서 ‘파이팅’하면서 으쌰으쌰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만큼 영화 정말 잘 되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웃음)”
굳이 누군가 나서 현장의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 않아도 화기애애했다고 했다.
“저랑 (박)기웅이 형, 현우가 붙어 있으면 정말 재밌었죠.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대사로 성대모사도 하곤 했어요. 스태프들도 알아 듣는 장난인거죠. 그렇게 같이 재밌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우리는 나이도 비슷해서 더 편했죠.”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촬영 전까지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렸지만, 연기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마치자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부담감이 상당했죠. 잘 된 웹툰을 제가 망쳐놓는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민이 해결됐죠. 모든 부담감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연기적으로는 한 숨 돌릴 수 있었어요. 촬영에 임하는 자신감이 생겨서 고민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굳이 1인 2역이 아니더라도 동구부터 원류환으로 각양각색의 모습을 선보였다.
“온전히 제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욕심이 가장 컸죠. 바보와 날카로움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싶었죠. 열심히 했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하하.”
김수현의 캐릭터가 ‘살지’ ‘안 살지’는 온전히 장철수 감독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조우한 장철수 감독과 호흡은 어땠을까.
“전작으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하셨잖아요. 굉장히 센 작품을 하셔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니 굉장히 섬세하시더라고요. 여성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작품에 있어서 디테일하셨죠. 소리 하나하나에 신경 쓰셨고요. 동구가 내는 효과음들이 많잖아요? 다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나온 거랍니다.(웃음)”
극 중 원류환은 ‘달동네’ 사람들과 한 데 어우러지며 점점 세상의 따뜻함을 느낀다. 김수현에게 세상이 따뜻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언제라고 딱히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저 혼자 여유를 느낄 때 세상이 좋아 보여요. 예를 들어 밤에 마실을 나왔을 때? 하하. 특히 요즘은 춥지도 않아서 아무도 없이 혼자 걸어다니면 뭔가 마음이 꽉 차더라고요. 낮에는 아무래도 행동이 조심스럽다보니, 혼자 밤에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루머와 인기는 늘 비례한다. 김수현의 인기가 상승할수록 그를 따라다니는 루머 역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
“글쎄, 저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때 그때 들으면서 루머를 알게 되더라고요. 저에 대한 얘기들은 직접 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냥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이고요. 그 자리에서 금방 잊어버려요. 뭐 제가 그런 소문들을 끙끙 앓고 있어봤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신경 안 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에 재학 중인 김수현은 현재 학업에 충실하고 있다. 바쁜 스케줄 속 학교는 그에게 ‘힐링’ 그 자체다.
“일단 일적으로는 ‘은위’를 잘 마치는 게 제 목표고요. 학교도 열심히 다녀야죠. 사실 저는 학교에서 쉬고 있다고 생각해요. 휴학하다 몇 년만에 복학하는 거니까요. 그동안 또래의 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어요.(웃음)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소속감도 생기고 좋더라고요. 수업 듣고 친구들과 볼링장 가고, 그런 소소한 일상이 저에겐 휴식이에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김수현의 일상은 25살 평범한 청년과 다를 게 없었다.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김수현의 앞날이 여름날처럼 뜨겁길 기대해본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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