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지만, 일단 이해도 안 된다. 사상 초유의 원전 불량 부품 파문이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면직됐다. 그런데 왜 이런 일로 우리가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못 켜는 걸까?
언젠가부터 원전 고장과 전력난은 바늘과 실이 됐다. 국가의 거의 모든 발전용량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여름ㆍ겨울에는 예상치 못한 원전 고장이 전력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해된다. 하지만 봄ㆍ가을에도 마찬가지인 것은 결국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지나치게 원전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발전량 기준 총 에너지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31%에 이른다.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에 이은 세계 5위 원전대국이다. 심지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의 비중을 전체 에너지 수급의 41%로 끌어올리려던 참이다.
정부는 발전소 입지 선정부터 송전선 건설에, 핵폐기물 처리까지 사회갈등만 유발하는 원자력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애착을 보일까? 나름의 이유는 있다. 정부는 자원빈국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보다 싼 전기를 산업계에 공급했다. 이는 ‘Made in Korea’ 제품의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지긋한 원전 중독을 이제 끊어야 한다. 무조건 값싼 전기 공급은 국가 전반에 에너지 과소비 습관을 만연하게 했다.
세상은 변했다. 우리 산업의 구조도 변했고, 기후도 변했다. 이제는 1년의 절반 혹은 약 7개월이 무덥거나 한파가 몰아닥치는 계절이 됐다. 가격이나 효율성이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국가 에너지 비중이 집중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의 제품도 원가 분석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도 값싼 전기료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50기의 원전 중 2기만 가동하고 있지만, 올여름 10%가 넘는 전력예비율을 기록 중이다. 절약을 몸소 실천한 국민성도 있지만,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사고 이전부터 줄여왔기 때문이다. 원전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어도, 이제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는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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