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수교 50주년, FTA 2주년…코즐로프스키 주한EU 대사를 만나다

‘앵그리버드’ 만든 게임앱 업체 끝없는 기술개발·강소기업 육성 핀란드경제 재도약 발판 마련

FTA 이후 양국 교역량 증가 한국진출 원하는 유럽 中企人 인턴체험·1:1미팅…아낌없는 지원

“노키아(NOKIA)는 최고의 기업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1위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거기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팁’이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신문로1가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사무실에서 만난 토마시 코즐로프스키 주한 EU대표부 대사는 창조경제의 롤모델에 대한 질문에 핀란드 대표 휴대전화업체 노키아의 뼈아픈 실패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의 이야기에 담긴 명확한 뜻은 ‘실패에서 창조를 찾는다’는 것이었을 게다. 코즐로프스키 대사의 설명엔 역시 ‘반전’이 숨어 있었다. 노키아의 실패는 씁쓸하긴 했지만, 결국은 반면교사였다는 것이다. ‘노키아의 나라’로 불리던 핀란드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은 유로존 경제성장률 평균치의 배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창조경제의 비결이 담겨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코즐로프스키 대사는 한국 대기업 규제 정책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은 창조적이고, 효율적이며, 생산성 측면에도 효율적인 강점이 있다”며 “다만 중소, 중견기업은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코즐로프스키 대사는 중기 정책을 표방하는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 창출 방향은 매우 옳아 보인다고도 했다.

한ㆍEU 수교 50주년,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주년을 맞아 코즐로프스키 대사에게 양측의 경제 협력관계는 물론, 최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50년 파트너 EU의 창조경제 모델과 EU 대사의 조언은 상생과 창조경제를 치닫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핀란드에 창조경제 모델이 있다고 했는데, 의미는.

▶핀란드는 원자재도 없고 자원도 부족합니다. 여러모로 한국과 닮아 있죠. 하지만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연구ㆍ개발을 위한 투자와 인프라 마련, 또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경제를 일으켰습니다. 미래 성장의 동력을 자원이 아닌 창의력에서 찾은 셈입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을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창업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연구ㆍ개발 성과를 연결할 수 있는 벤처ㆍ중소기업 설립을 장려했죠. 당연히 중소기업들이 원활한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및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했습니다. 그 결과, 노키아가 물러난 자리에 ‘로비오(ROVIO)’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세계 1위 게임 애플리케이션 ‘앵그리버드’를 만든 게임업체죠. 노키아를 몰락시킨 스마트폰 시장, 바로 그 시장에서 기술 개발과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창조경제’입니다. 시의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시의적절하며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미래의 성장동력은 창의성에 있습니다. EU에는 많은 창조적 기업이 있고,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입니다. 일부 북유럽 국가는 대학ㆍ정부ㆍ민간기업이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융합을 통한 혁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창조경제의 바탕은 과학기술과 혁신입니다. 유럽이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많은 분야의 예산을 절감했지만 유일하게 과학기술 및 혁신 분야에서만큼은 지원이 유지되고 있어요.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한ㆍEU FTA 발효 후 한국 기업의 EU 수출은 줄고 수입만 늘었다는 등 부정적 견해도 있는데.

▶FTA가 한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관세 철폐에 따라 한국의 EU 수출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경우는 수출량이 전체의 22%에서 16%로 줄었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원인이며, FTA 때문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 한국 내에서 생산되던 일부 전자제품이 동남아시아로 제조시설을 옮겨간 것도 수출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 대기업은 베트남 등에 대형 플랜트를 설치하고 거기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합니다. 한국산 가전기기ㆍ스마트폰 등이 잘 팔리더라도 한국과 EU 간 무역 실적으로 나타나진 않는 거죠. 성과를 무역 실적으로만 따져서는 안 됩니다. 두 나라의 교류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등 경제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FTA는 매우 잘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장기적으로 더 많은 결실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한ㆍEU 간 이제까지 보인 성과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한국과 EU의 중소기업이 서로의 시장에 진출하고 교류할 기회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ㆍEU 수교 5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주벨기에ㆍEU 한국대표부 김창범 대사와 함께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유럽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떤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는지 EU 대사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느낀 것은 과제는 많지만 양측의 노력이 합쳐져 FTA 등을 통한 국가 간 협력은 한국과 EU의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동반 성장이 화두인데, 어떻게 보는가.

▶EU는 오래전부터 경제 발전의 성과를 가능한 많은 이와 나누기 위한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동반 성장과 관련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하며 상생 발전하는 것이 결국에는 국가에도 이익이라고 봅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앞으로 더 많은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중소기업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끝으로 지난 50년 동안 한국과 EU의 협력관계를 평가해본다면.

▶FTA의 성과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중 하나는 중소기업들이 FTA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입니다. 이 같은 후속 조치가 이뤄지면 더 많은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