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ㆍ민상식 기자]‘꽃뱀주의보’ .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가 본격적으로 둥지를 틀기 시작하자 세종시 공무원을 중심으로 꽃뱀을 경계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무원들이 대거 움직이면서 인근 대전 유성지역의 유흥업소들이 환호를 부른다더라,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세종시와 유성 등으로 따라 움직인다더라 등의 이야기가 일부 언론 등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세종정부청사의 불이 꺼지면 시작될 것 같던 세종시의 화려한 밤은 없었다.

▶노래방 가려면 차 타고 10분 달려야... 세종시 최대 유흥가는 용포리(?)=공무원들의 밀집거주지역인 세종시 첫마을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인 용포리. 세종시 공무원들에게는 대평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 이곳의 지명은 금남면 용포리다. 공무원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지역의 번화가로 불려왔다.

하지만 지난 달 31일 오후 11시. 휘향찬란한 유흥가를 생각하고 찾아간 용포리는 그야말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S 주유소 앞 삼거리를 따라 모두 10곳의 유흥업소들이 위치하고 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이 노래방이고 유흥주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2 곳도 평수가 채 30평이 되지 않는 실내주점이었다. 마사지업소가 있긴 하지만 간판 불만 밝혀 있었고, 인기척라곤 없었다.

불이 켜진 유흥주점 지하계단을 내려가자 40대 후반의 여주인은 ‘어서오라‘는 인사 대신 먼저 경계부터 했다.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 “첫마을에서 온 공무원”이라고 말하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혹시 단속나온 공무원일까봐 걱정되는거냐”며 기분나쁜 표정을 짓자 주인은 “그런게 아니라 보통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요 고객이라 가게에 놀러온 세종시 공무원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가격을 흥정하자 주인은 맥주 한 박스, 30병에 20만원을 불렀다. 아가씨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부를 수는 있지만 아가씨는 아니고, 40대 아르바이트 여성이다. 워낙 외져서 젊은 아가씨들은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노래방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10개 가까운 방에는 단 한명의 손님도 없었다. 노래방 업주는 “세종시 이주 후 공무원 특수를 기대했지만 보다시피 파리만 날리고 있다. 가끔 인근 고기집에서 회식을 한 뒤 찾아오는 공무원들이 있지만 아무리 늦어도 오후 10시를 넘기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용포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송모 씨는 “이 곳은 세종시 청사건물을 짓는 근로자들이나 밤에 한잔하고 들어가는 곳”이라며 “그야말로 시골 술집 몇개 있는 곳에 공무원들이 차를 타고 원정까지 오겠냐”고 반문했다.

일대를 관할하는 금남파출소 관계자도 “가끔 건설노동자들이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해 출동한 적은 있어도 아직 공무원들이 소란을 피운 적은 없었다”며 “아무래도 접근성도 떨어지고 놀 곳도 마땅치 않다보니 공무원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근 후 편의점,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 “유성 원정은 꿈도 안 꿔요”=썰렁한 용포리와는 대조적으로 첫마을 편의점과 치킨집은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하려는 공무원들로 붐볐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후 10시가 넘으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첫마을 7단지 앞 G 편의점 앞은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나눠마시는 공무원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용의(가명ㆍ36) 씨는 “이렇게 퇴근 후 동료들과 나누는 맥주한잔이 세종시 생활의 유일한 낙(樂)”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서울에 있을 때는 광화문 등지에서 퇴근하고 2, 3차까지 가는 것이 비일비재 했지만 세종시에서는 워낙 술 마실곳이 없기 때문에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맥주를 먹고 가는 것이 전부”라며 “처음 왔을 때는 너무나 황량한 환경에 적응도 어려웠지만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7단지 인근에는 세종시의 유일한 포장마차도 있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장모(41)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공무원인 부인을 따라 내려왔다. 술집을 하려했지만 권리금과 월세가 너무 비싸 이동식 포장마차를 운영중이다.

저녁 6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영업하는 장 씨의 포장마차는 세종시에서는 유명하다. 유일하게 소주한잔을 기분내며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씨도 “손님 10명 가운데 2~3명이 공무원이고 나머지는 원주민, 건설 노동자들이 주로 온다”며 “생각보다 공무원들이 많이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B 치킨집에서도 술잔을 나누는 공무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국 매출 1,2위를 다툰다는 소문에 걸맞게 치킨집 앞 테이블에는 수십명의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권국(37) 씨는 “대전이 고향이라 자원해서 내려왔고 첫마을에 아파트도 샀지만 먹을 것이 치킨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김 씨는 “대평리(용포리)를 가서 술을 먹으면 대리기사 부르는 데 20분 이상 걸려 잘 가지 않는다”며 “유성이나 조치원에는 그나마 유흥가가 있지만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만만찮고 힘들어 안간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 오형석(가명ㆍ33) 씨는 “초기에는 유성 등 유흥가에 몇번 가보기도 했지만 왕복 40분은 잡아야하는 거리가 발목을 잡더라”며 “평일에는 세종시에서 쥐죽은 듯 살고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것이 낙”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그냥 뱀은 몰라도 꽃뱀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며 “편의시설이나 오락시설 등 제대로 된 인프라가 갖춰지려면 10~15년은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