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정부가 원전 비리의 뿌리를 뽑겠다며 제보자에게 보상금 지급안을 내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리의 싹을 잘라내기에는 다소 빈약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원전비리 재발방지 후속대책 및 여름철 전력수급 관계 차관 회의’를 열어 원전비리 자진신고 및 내부고발제 도입을 확정했다. 원전비리 제보자에 대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책임감면 규정, 형법의 자수규정 등을 적용해 법적 책임을 감면하는 한편 최고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원전 납품업계 전 고위 관계자는 “최고 10억원의 보상금을 생각하고 원전 비리를 제보할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만일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10억원의 수 배에 달하는 이득을 수 년 동안 꾸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실제로 파격안을 제시했을 때는 바로 반응이 온다. 지난 9일 검찰은 원전비리 제보자의 경우 잘못이 있더라도 입건ㆍ기소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등 형을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10일 곧바로 3명이 자수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더 큰 범죄 사슬을 끄집어내기 위해 유일한 무기인 범죄인에 대한 기소를 포기해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파격대우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정부도 훨씬 통 큰 보상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비리 제보자의 보상안을 논의하면서 처음에는 최고 100억, 50억까지도 논의됐던 것으로 안다”며 “정부 재정이나 국민 감정 등을 고려해 액수를 크게 하향조치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전 납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한 내ㆍ외부 감사를 안받았던 것이 아닌데도 원전납품업계의 비리는 드러난 적이 없었다”면서 “현재 정부가 원전 전체에 대한 부품 전수조사를 실시해도 모든 비리를 잡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차라리 보상금을 늘려 내부고발자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