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비리 임원이라도 급여의 절반 이상을 압류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급여 압류금지 규정이 악용된 사례여서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정창근)는 이영두(53) 전 그린손해보험 대표이사가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이사는 회사가 보유한 주가를 조작하고 상환 능력이 없는 지인에게 담보 없이 부실대출을 해줘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 일로 이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 회사에 476억원대 손해배상 채무를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회사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8년여간 근무한 데 따른 퇴직금 12억9000여만원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이 전 대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손해배상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퇴직금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조항을 들어 “압류금지규정은 채무자의 생활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주식회사 이사의 보수에도 적용된다”며 이 전 대표가 청구한 퇴직금 중 절반은 압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회사 측은 “이 전 대표이사가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고 이 전 대표이사의 불법행위로 회사가 매각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민사집행법 246조 1항은 퇴직금과 같은 급여, 보장성보험의 보험금, 채무자의 한달간 생활에 필요한 예금 등을 압류하는 것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채무자가 최저한도의 생활이나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사회정책적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구축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적용 대상에 일정한 제한을 둬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같은 조항 3항에 압류금지채권에 대해서도 압류명령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별도의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한다”며 “생계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 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당 법령은 월급 없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것으로 아는데, 급여가 상대적으로 많은 임원급에게 적용한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임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 건 기본상식이다. 급여도 총 자산인만큼 (재판에서 질 경우) 회사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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