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ㆍ서지혜 기자]‘갑의 횡포’, ‘을의 반란’ …. 갑을 이슈가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서도 정작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병정(丙丁)’들이다. 정부와 사회, 온 국민의 관심이 갑을에만 모아지고 있을 때, ‘병ㆍ정’들은 갑에서 시작해 을로 이어져 배로 가중된 각종 횡포들을 묵묵히 이겨내며 하루벌이를 하고 있다. 너도나도 쏟아내는 경제민주화 일성 속에 병정들은 외친다. “세상에는 갑을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4대 보험ㆍ시간외 수당도 없다 … IT 노동자의 외침 = IT 노동자들의 많은 수는 프리랜서다. 4대 보험도 없이, 별다른 사회 안전망도 없이 돈 벌이를 위해 철야작업까지 해내야 하는 것이 이들이다. 지난 17일, IT 산업현장에서 2년 간 일한 한 노동자가 열악한 ‘IT계’의 노동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섰다.
지난 2006년 7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에 전산 경력직으로 입사, SI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는 양 모 씨는 2006년 11월부터 약 2년 간 4525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포함해 총 8000시간 이상 일했다고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그는 농협정보시스템의 과도한 업무에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별 월 8시간~12시간의 야근을 할당하고 그 이상 근무한 시간은 증거로도 남기지 않는 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시간 외 수당도 받을 수 없고, 법망도 피해갈 수 있다. 결국 양 씨는 과로의 의한 면역력 저하로 폐의 50%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많은 수의 IT 노동자들이 현재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는데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노동부 진정을 통한 사건 해결이 어렵다”며 “강제로 6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환경에서 창의성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을의 반란’ 그 이후 = 최근 한 이동통신 판매점 사장이 한 이동통신사 직원과의 통화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녹음 파일에는 이통사의 인터넷 저가 휴대폰 판매와 차감 정책 등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소위 ‘제 2의 남양유업 사태’라 일컫는 이 ‘을의 반란’이 업계를 휘젖고 지나갔지만 통신업계는 여전히 갑과 을의 관계만도 못한 불공정한 거래관행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입 대수와 특정 요금제, 일정기간 가입 유지 등의 목표를 미달할 경우 대리점에 부과하는 것이다. 대게 판매수당에서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령 A사의 경우 특정 요금제 가입이 1~5건에 불과할 경우 15만원, 6~9건의 경우에는 10건을 기준으로 대리점에게 건 당 3만원 씩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판매점에 벌금을 부과하는 이통사의 정책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 그 도를 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한 대리점 사장은 “할당치를 채우지 못하면 판매수당에서 차감당하는 것은 업계에 공공연한 이야기”라며 “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규정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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