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들어 출근시간을 30분 가량 앞당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MK(정몽구 회장의 닉네임)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30분이었습니다.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약 14년간 지속해 온 출근 시간을 30분 당긴 셈이죠. 정 회장은 예고 없이 수시로 담당자를 불러 보고를 받곤 합니다. 이러다보니 부문별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 역시 하루의 업무 시작이 한층 빨라졌다. 현대차 그룹의 일과 시계가 30분 당겨진 셈이죠.

지난 19일 오전 5시 50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1층. 아직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녔습니다. 약 10분 뒤 정 회장이 차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왔으며, 별도로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바로 집무실로 올라갔습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최근 (정 회장) 출근 시간이 30분 가량 빨라졌다. 사실상 그룹 전체의 업무가 약 30분 가량 빨리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의 새벽 출근은 근면, 성실을 강조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 회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오랜 습관입니다. 그는 출근과 동시에 신문 스크랩을 훑어 본 뒤 새벽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현황 등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주요 경영진들은 정 회장 보다 더 일찍 회사로 나와 언제 있을지 모를 보고에 대비합니다. 일반 직원들 조차 오전 7시면 상당수가 출근을 마칠 정도로 조기 출근은 현대차그룹의 전통입니다.

당연히 이번 정 회장의 30분 조기 출근이 주는 메시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악화된 국내외 경영 환경에 따라 조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최대 격전지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올해 누적 판매(1~5월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1.4%, 시장점유율은 0.8%포인트(8.9%→8.1%) 감소했습니다. 업계 평균 7.2% 판매가 늘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뒷걸음질을 친 건죠. 일본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쏘나타 등 주력 차종의 노후화가 직접적인 판매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업체들의 픽업 차량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응할만한 라인업이 적습니다. 유럽의 경우엔 선전하고 있으나 불황이 길어지면서 전체 시장 파이가 줄고 있어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해도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나 감소했습니다. 다만 현대차는 작년 동기 대비 2.5% 줄었고, 기아차는 2.6% 증가했습니다.

정몽구(기업인/현대기아자동차그룹대표이사회장)
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약 14년간 지속해온 오전 6시30분 출근시간이 최근 들어 30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예고 없이 수시로 담당자를 불러 보고를 받는 정 회장이 조기 출근함에 따라 부문별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역시 하루의 업무 시작이 한층 빨라졌다.
정몽구(기업인/현대기아자동차그룹대표이사회장) 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약 14년간 지속해온 오전 6시30분 출근시간이 최근 들어 30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예고 없이 수시로 담당자를 불러 보고를 받는 정 회장이 조기 출근함에 따라 부문별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역시 하루의 업무 시작이 한층 빨라졌다.

중국 등 브릭스 시장은 지금은 양호하지만 경쟁사들의 견제가 한층 심해졌고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급성장 중인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올해 1~4월 성장률은 7%에서 0.7%로 급락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국내 시장도 최근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선전과 수입차들의 공세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수입차를 포함한 내수시장 점유율(5월 기준)은 지난해 보다 소폭 하락(71.7%→69.9%)했고, 주말 특근 중단 등의 여파로 올해 국내 생산 해외수출 물량(1~5월)은 현대차가 11.2%, 기아차가 2.9% 줄었습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비상경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환경이 악화돼 긴장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정 회장의 조기출근은 분명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MK는 직감과 돌파력이 뛰어난 경영자입니다. 그의 ‘조기 출근'이 과연 현대차그룹에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는 계기가 될 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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