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데뷔가 좀 늦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속력을 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죠. 간절히 연기가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기회도 주어지고 좋은 환경도 됐는데, 게을리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무조건 많고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고 싶어요.”

여자 복싱 국가대표 이시영(31)은 링 위에선 체급(48㎏급)에 비해 큰 키(1m69)와 긴 팔다리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의 경기를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선 배우로선 저돌적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인파이터’로 작품을 대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새 출연작인 공포스릴러 ‘더 웹툰: 예고살인’은 원래 자신에게 왔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다른 배우에게 제안됐던 시나리오를 우연히 얻어 읽었다. 웹툰을 소재로 활용한 이야기와 영상에 마음을 빼앗겼다. 익숙했던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감정ㆍ심리 표현을 할 수 있는 연기에도 욕심이 났다. 연출을 맡은 김용균 감독의 연락처를 따로 수배해 “꼭 출연하고 싶다”며 나중에는 “나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협박성 공세까지 서슴지 않았다. 현장에선 수십㎏의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이나 격렬한 차 추격신에서 대역없이 연기했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영은 겁없는 도전에 대한 칭찬에 “(스턴트맨을 동원할) 제작비가 부족해서…”라며 넉살좋은 농담을 매단다. 극중 성공한 웹툰 작가로 TV토크쇼에 출연해 대담을 나누는 장면에선 “이 대사는 앵커에서 방청객으로, 카메라로 시선을 이동한다”며 단어 하나 하나마다 시선의 움직임을 시나리오에 꼼꼼이 적어 연기할 정도로 연습과 준비에 힘을 쏟았다.

“공포장르이지만 이야기와 드라마가 강한 영화라는 점이 끌렸죠. 무엇보다 제가 만화와 웹툰은 웬만한 것을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것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소재인데다, 표현의 한계가 없어요. 영화 속에서 잔인한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만화로 표현이 됐는데, 묘사 수위가 높아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세련된 표현과 연령 등급에서 장점이 있었죠.”

이시영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시영<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시영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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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은 ‘위험한 상견례’나 ‘남자사용설명서’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연기를 해왔다. 이시영은 “로맨틱코미디에선 제 말투, 억양, 습관, 행동 등 원래 개성을 살려서 제 나름 익숙한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며 “반면 정극 연기에선 상황에 많게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더 웹툰’은 한 인기 웹툰 작가의 연재 작품과 똑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비밀을 다룬 영화다. 연이은 죽음의 배후로 지목되는 웹툰 작가역의 이시영은 버려진 자들에 대한 연민과 성공을 향한 야망, 이야기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을 가진 복합적 인물이다. 한국 공포영화로선 모처럼 서사와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고, 이시영의 연기도 썩 극의 전개와 썩 잘 맞물려 돌아간다.

잘 알려진 대로 이시영은 지난 4월 열린 복싱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여자 48㎏급에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TV 단막극 출연을 위해 연습하다가 운동의 매력에 빠져 본격 입문한 지 3년여만의 결실이다.

“예전에는 작품 촬영 중에도 짬나는 대로 한밤중에도 훈련하고, 새벽에도 연습했죠. 그런데 이제는 촬영과 운동을 함께 하지 않아요. 제 나름의 구분이 생긴 거죠. 복싱 훈련을 하다가 몸상태가 안 좋은 상태로 촬영장에 나올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제가 받은 출연료에는 연기 뿐 아니라 다른 스탭에 대한 책임과 촬영에서 개봉, 홍보에 이르는 모든 의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이시영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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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배우로서 조심스러운 마음과 ‘복싱하는 여배우’를 신기하게 보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 운동에 매진하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한때 지나치게 위축되고, 신경을 곤두세울만큼 신중할 때가 있었으나, 작품 편수가 늘어가고 링 위에선 경기경험이 쌓일수록 한층 여유가 생겼다. 이시영에게 연기와 복싱은 어떤 의미일까?

“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일들이죠. 팬들에겐 지금 저는 복싱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실 수도 있겠지만, 운동할 수 있는 시기는 길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할 뿐이죠. 어디까지나 본업은 연기에요. 액션영화도 하고 싶고, 말과 움직임이 적은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무조건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워야죠.”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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