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국민 첫사랑’. 그가 이번에는 한사람만을 위한 사랑이 됐다. 지난 6월 25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서다.

‘구가의 서’ 마지막 촬영이 끝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수지와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이날 새벽까지 촬영을 하느라 다소 피곤한 모습을 보였지만 얼굴에는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은 듯한 기쁨과 아쉬움이 함께 담겨 있었다.

“아직 여울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연기 하면서 처음 느껴본 건데, 여울이의 마음으로 강치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덕분에 더욱 몰입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아직 원피스를 입는 게 어색할 정도에요. 일단 잘 마무리 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아요. 스태프 분들이랑 정이 많이 들었는데...여울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아직 배우로서 경험이 많지 않기에 연기력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노력했던 수지였기에 이러한 우려는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구가의 서’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지 않고 한 단계씩 가려고 했어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지말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아쉽긴 하죠.”

극중에서 여성 캐릭터는 일명 ‘민폐 캐릭터’가 많다. 하지만 ‘구가의 서’의 담여울은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알았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여울이의 사랑 방식이 저랑 비슷해요. 대본을 보면서 ‘그래 이거야! 잘 하고 있어!’라는 반응을 많이 했어요. 남녀를 따지지 않는 여울이의 마음이 저랑 잘 맞았어요. 여울이가 강치를 만나면서 여성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좀 오글거리긴 했어요. (웃음)”

‘구가의 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최강치(이승기 분)와 담여울(수지 분)의 달달한 로맨스다. 이는 강은경 작가의 필력과 신우철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승기 오빠가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해 줘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자신도 피곤할 텐데 한결같이 챙겨줘서 항상 고마웠어요. 키스신 수위가 높았다는데, 저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수위인지 몰랐어요. 현장에서 수위가 정해졌거든요. 승기 오빠랑 만나서 그냥 어느 정도까지 생각했냐는 식으로 가볍게 이야기 했어요. 입맞춤도 괜찮고 진한 키스도 아련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죠. 열심히 한 탓에 NG는 많이 안 났는데, 여러 각도에서 찍어서 너무 많이 나왔어요. 하하”

극중 여울은 남자 같은 털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눈물이 많은 캐릭터였다. 씩씩함과 여린 감정을 오가는 것은 베테랑 연기자들에게도 힘들었을 터.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남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연기를 할 때 눈물을 흘리는 게 어려웠어요. 감정연기 할 때는 지레 겁을 먹었거든요. 이전에는 미숙해서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이번에는 여울이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집중을 잘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인데 눈물이 저절로 난 적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정말 좋았어요.”

검술 연습도 하면서 근육도 생기고 자잘한 상처도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번에도 액션 연기를 하겠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쉽게 그렇다고 답했다. 연기에 관해서도 항상 겸손했다.

“칼을 사용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때는 강치 오빠가 부러웠어요. 오빠는 두 주먹으로 싸우잖아요. 저는 칼을 들고 있어서 그렇게 마음껏 날지 못했거든요. 제가 연기에 관한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많잖아요.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뿌듯한 적이 있었어요. 신우철 감독님께서 원래 칭찬을 잘 안하는 편인데 가끔 ‘잘했다’고 해주실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는 일주일 잠을 다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촬영하는데 두렵고 무서웠던 점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나 싶어요.”

수지의 연기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다만 완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중이다. 조급해 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이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구가의 서’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수지 또한 잠깐의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니까 운동을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죠. 드라마 하면서 못했던 레슨도 받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요. 아! 집에 맡겨놨던 강아지도 데려와야겠네요. 할게 많은 것 같아요. 향후 계획요? 이제부터 세워봐야죠.”

“실제로 신수가 나타나면요? 그냥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정을 해놓고 나중에 스타일이라서 지금 제 앞에 보이는 것밖에 못 보는 편이에요. 무섭긴 하겠죠?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하.”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그 기운을 마음껏 발산했던 수지. ‘구가의 서’를 통해 더욱 성숙해진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의 앞에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