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내달 8일 개막…역대 최연소 주역 꿰찬 손승원

조승우·송창의와 트리플캐스팅 대선배들과 공연 부담스럽지만 젊은 패기로 도전해보자 다짐 배역위해 트랜스젠더바도 가볼 계획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유’는 매회 공연장 밖에 진풍경을 그려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출입구 밖에 진을 치고 공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출연배우와 ‘인증샷’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손승원(22)은 “당시 사인해줄 때 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록뮤지컬답게 ‘트레이스유’의 배우는 무대를 뛰쳐나와 자유롭게 객석에서 ‘놀았다’. 노래하는 중간에 2층에 올라가 관객과 악수하고 호흡했다. 미스터리한 반전 내용, 홍대 클럽 같은 분위기에 관객은 열광했다. 손승원은 “5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500명을 넘었고, 마지막 갈라콘서트까지 매진됐다”고 소개했다.

매진을 이끈 공로자는 따로 있다. 뮤지컬 주 수요층인 20~30대 ‘누나팬’을 사로잡은 ‘상큼한’ 배우들이다. 이율, 윤소호, 손승원 등 20대 신인급 배우들이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선 뮤지컬 팬덤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손승원(뮤지컬배우)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유’는 매회 공연장 밖에 진풍경을 그려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출입구 밖에 진을 치고 공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출연배우와 ‘인증샷’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손승원(뮤지컬배우)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유’는 매회 공연장 밖에 진풍경을 그려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출입구 밖에 진을 치고 공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출연배우와 ‘인증샷’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당시 공연을 눈여겨본 이가 올해 2년 만에 ‘헤드윅’ 메가폰을 다시 잡은 이지나(49) 감독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버자이너 모놀로그’ ‘광화문 연가’ 등 굵직한 작품을 맡아온 이 감독은 2005년 초연부터 현재까지 ‘헤드윅’ 최다 연출자로, 다음달 8일 개막하는 ‘헤드윅’ 시즌8에 조승우, 송창의에 이어 손승원을 트리플캐스팅으로 전격 발탁했다. ‘뮤지컬계의 송중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빼어난 외모에 가창력, 연기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재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손승원은 2009년 데뷔 이래 뮤지컬 단 4편 만에 대형 뮤지컬의 주역을 꿰찼다. 지난 8년을 통틀어 역대 최연소 헤드윅이란 타이틀도 달게 됐다.

“‘트레이스유’ 끝나고 친구랑 단둘이 기차 여행을 가는 중이었는데, 쇼노트(헤드윅 제작사) 관계자라면서 전화가 왔어요.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죠. 의심스러워 ‘어떤 역할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전화한 분이 웃음을 ‘빵’ 터뜨리며 ‘당연히 헤드윅이지’ 하셨죠. 마음이 뒤숭숭해져 여행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손승원은 3~4일을 숙고했다. “선배들도 소화하기 어려워하는 역할인데, 어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란 부담에 눌려 도망치고만 싶었다. 트랜스젠더인 헤드윅은 불운한 과거, 배신, 상처, 연민을 품은 복합적인 캐릭터여서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는 주목받기 쉽지만 반대로 욕 먹기도 쉽다. 더구나 함께 캐스팅된 조승우, 송창의는 뮤지컬계에서 대형 스타다.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인 손승원의 마음 속에 “그래도 부딪치고 도전해보자”란 젊은 패기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손승원(뮤지컬배우)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유’는 매회 공연장 밖에 진풍경을 그려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출입구 밖에 진을 치고 공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출연배우와 ‘인증샷’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손승원(뮤지컬배우) 지난달 대학로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유’는 매회 공연장 밖에 진풍경을 그려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출입구 밖에 진을 치고 공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출연배우와 ‘인증샷’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요즘 그는 트랜스젠더 흉내 내기에 몰두해 있다. 동성애 로커 동영상, 영화 ‘헤드윅’을 보며 트랜스젠더의 목소리 톤, 억양, 몸짓, 손짓, 걸음걸이 등을 맹연습 중이다. 그는 “이태원에 있는 트랜스젠더 바에도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다행히 조승우와는 계원예고 선후배, 송창의와는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다. “작품 분석할 때 형들이 많은 도움을 주세요. 승우 형은 ‘네 나이 때는 뭘 하든 손해볼 게 없으니까 막 하라’라고 하시죠. 형이 개그 감각이 있어서 혼자 객석을 끌어가는 방법과 팁을 많이 알려주세요.”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헤드윅을 군대도 아직 다녀오지 않은 손승원은 어떻게 연기할까. 그는 “그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생 쓴맛 연기를 할 때는 체념하듯 웃으면서 넘어가려고요. 선배들이 워낙 잘해서 따라 할 수도 없어요. 대신 제 나이에 맞는 신선함, 깨끗함, 귀여운 이미지를 살리려고요.”

손승원은 ‘뮤지컬계의 송중기’란 수식을 받을 정도로 깔끔한 외모다. 곱상한 외모 덕인지 ‘쓰릴미’ ‘트레이스유’에 이어 이번 ‘헤드윅’까지 동성애 코드를 입힌 컬을 잇따라 맡게 됐다.

그는 일찌감치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권유로 예고에 진학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 서울예대 연기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에 뮤지컬 ‘스크리닝어웨이크닝’ 오디션에 붙어 데뷔했고, 영화 오디션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 치른 2011년 야구영화 ‘글러브’ 오디션에도 한 번에 붙어, 청각장애인 야구단원을 연기했다. 그 뒤 영화 ‘전설의 주먹’에 아역배우로 참여했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생생한 공연 무대가 더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너무 뿌듯해요. 내가 연기할 때 관객이 웃거나 우는 걸 보면 기분이 정말 이상해져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첫 공연 오르기 전에 설렘, 긴장감도 너무 좋고요.”

앞으로도 그를 TV모니터나 스크린이 아닌 직접 무대에서 만날 기회는 많겠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