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중국 쌀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팔아온 업자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중국 쌀 13만여포대(2600t)를 국내산으로 재포장하는 속칭 ‘포대갈이’ 수법으로 쌀을 유통한 일당 3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1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 하남ㆍ광명ㆍ부천 등지의 비밀창고에서 포대갈이 쌀을 전국에 유통시켜 5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 쌀은 일반 국내산보다 1000∼2000원 싼값에 도소매상 60여곳에 판매됐다.

앞서 20일 광진경찰서는 충남 예산의 한 정미소에서 중국 쌀에 국산 2등급 쌀과 ‘희나리쌀’(덜 익은 채로 마른 벼의 쌀) 등을 혼합해 서울ㆍ경기 북부 일대에 판매한 도정(搗精)업자 부부를 검거했다. 지난 7일 동대문경찰서는 중국 쌀과 국내산 묵은쌀을 섞어 국내산 햅쌀로 속여 수도권 일대 마트ㆍ식당에 판매한 업자를 검거했다.

이처럼 수입 쌀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최근 크게 늘었다.

2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전체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건수는 2010년 4894건에서 2012년 4642건으로 줄어들었다. 위반이 가장 많았던 품목인 돼지고기 역시 2010년 1271건에서 2012년 969건으로 23%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쌀의 경우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중국 쌀을 국내산으로 속이는 등 원산지 거짓표시 적발 건수는 2010년 38건에서 2012년 346건으로 3년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국내산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중국 농산물 수입물량 자체가 많다보니 중국산 쌀의 불법 수입물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의무가 확대된 것도 한 원인이다. 쌀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100㎡ 이상 음식점에만 적용됐지만, 2010년 8월부터는 전국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 적용됐다.

중국 쌀의 국내산 둔갑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쌀에 대한 식품 안전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선 카드뮴 쌀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광저우시 식품약품감시감독관리국은 올해 1~3월 중국 남부 대도시인 광저우 일대의 쌀 18개 표본을 조사한 결과, 8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카드뮴은 간ㆍ신장에 축적돼 장기를 손상시키고 심할 경우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뼈가 물러지는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오세관 박사는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 쌀은 생쌀이 아닌 한번 쪄서 코팅을 한 다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중국 쌀을 구별해내기 힘들다. 다만, 코팅된 상태의 중국 쌀은 외부에 장기간 노출되도 국내산과 달리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밥을 할 때도 수분 흡수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