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ㆍ이정아 기자]서울 종로구에 사는 A(24ㆍ여) 씨는 소개팅에서 만난 B(32) 씨로부터 지난 8개월간 괴롭힘을 당했다. B 씨는 A 씨에게 “나랑 사귀어 달라. 만나자”며 수시로 문자와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B 씨는 “너를 가질 것” 등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면서 집착했다. 주변에서는 B 씨를 ‘스토킹’으로 신고하라는 조언을 했지만 당사자인 A 씨는 섣불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스토킹으로 처벌한다 해도 8만원만 내면 끝일 텐데,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더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명시적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 면회나 교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거나 2회라도 상대방에게 공포나 불안감을 주는 명백한 사유가 있을 경우 스토킹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처벌 내용은 ‘범칙금 8만원’에 그친다. 때문에 스토킹 피해자들은 “법이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역시 범칙금 8만원으로 ‘스토킹’ 피해를 끊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집착형 인격장애나 애정망상이 있는 경우 범죄가 아니라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토킹’을 하게 된다”면서 “범칙금을 낸다고 해서 스토킹 행위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단순히 경범죄를 적용, 처벌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ㆍ실질적 피해는 강력범죄 못지않다”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반스토킹법이나 특별법 등을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경범죄밖에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