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2·3호선 역이름에 얽힌 이야기
“어감 안좋다”기지→용답역으로 돈암→성신여대, 삼선교→한성대
서울에서 가장 분주한 흐름들이 모여드는 곳, 바쁜 공간은 다름 아닌 지하철역이다. 거의 매일 만나는 지하철역. 지하철역의 이름들은 어떤 이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만남과 기대를 갖게도 한다.
어쩌면 거대한 도시에서 지하철 역이름은 대표적인 감성아이콘일지도 모른다.
▶지하철 역명, 대부분 행정구역 명칭에서 유래=서울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의 역명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역은 개통 당시 해당 지역의 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20개 역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개 역이 위치한 행정구역상의 동명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신설동역, 제기동역 등 행정구역명(동 이름)을 그대로 옮겨 놓은 역명은 1호선에 5개, 2호선에 26개, 3호선에 16개, 4호선에 15개가 분포돼 있다.
또 역사문화유적과 연관된 역명도 11곳이나 된다. 3호선의 경복궁과 독립문이 대표적이며, 1호선의 동대문과 종각, 2호선의 선릉과 낙성대, 4호선의 국립박물관 등도 역사문화유적과 관련된 역 이름들이다.
▶지방자치제 역명에도 영향=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하철 역명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1~4호선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에 건설된 만큼 행정관청명이 반영된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1990년대 이후 주요 구청이 역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총 8개의 구청이 1~4호선 역 이름에 등장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2호선을 중심으로 구의역에 광진구청이 병기되었으며, 잠실역은 송파구청, 대림역은 구로구청, 용두역은 동대문구청, 서울대입구역은 관악구청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지하철역 이름도 바뀐다=지하철이 개통 당시 붙여졌던 역명 가운데는 지금 사용되는 이름과 다른 역들이 상당수 있다. 1983년 6월 30일 1호선 ‘시청앞’이 ‘시청’으로 바뀌면서 최초로 역명이 개정됐다. 이후 총 17개의 역이 중도에 이름이 변경됐다. 1992년 개통 당시 군자차량기지와 연결됐다고 해서 지은 ‘기지(depot)’역은 지역주민들이 어감이 안 좋다며 ‘용답’역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변경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2004년 7월 1일, ‘구로공단’역이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성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달라져 ‘구로디지털단지’로, 2010년 7월 30일에는 ‘성내’역이 강동구 성내동과 혼동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잠실나루’역으로 개정됐다.
원래 ‘성내’는 역 바로 옆을 흐르는 성내천에서 따온 이름이었지만 성내동과 연관 짓는 시민들이 많아 주민청원에 의해 개정된 것이다.
3호선은 모두 5개 역의 이름이 바뀌었는데, 1985년 2월 5일 ‘홍은’역이 ‘홍제’역으로, ‘홍제’역은 ‘무악재’역으로 바뀌었다.
▶대학의 힘, 역명을 바꾸다=4호선의 경우, 건설 계획 당시 확정된 역명이 개통되기 직전에 바뀐 곳이 5개 역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4곳은 대학들의 이름으로 역명이 바뀌는 이색적인 기록도 확인된다.
애초에 갈월동에 위치해 ‘갈월’역이었던 것이 대학의 요청으로 ‘숙대입구’역으로 변경되면서 갈월과 병기됐고, ‘돈암’역은 ‘성신여대입구’로, ‘삼선교’는 ‘한성대입구’로 변경, 병기됐다. 또 지금 4호선 ‘총신대입구’역은 ‘이수’역이었으나 당시 총신대생들이 역명 변경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총신대입구로 변경, 함께 쓰게 됐다. 이후 7호선 개통으로 이수역 단독으로 표기 했으나 한 시민이 소송을 걸어 다시 ‘총신대’역으로 바뀌게 됐으며, 7호선 남성역은 총신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역으로 역명이 지어져 총신대를 찾는 사람들이 총신대입구에서 내려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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