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송전탑은 총 4만1510기. 여기에 2019년까지 3306기를 더 세운다는 것이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한국전력의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한전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든 송전탑을 세울 때마다 아무런 갈등 없이 세워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정부의 전력공급능력 확대 정책에 신규 발전소 계획은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송전망을 짓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 사태가 사회 이슈화되기 전부터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 사장들이 회의 때마다 송전탑 건설 문제를 핵심 화두로 거론하는 이유다. 특히 전력난을 이유로 추가로 건설되는 원자력발전소들이 결국 전국 각지의 송전탑 건설 반대로 가동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당초 올해 12월 완공 예정이었던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는 총 161기 송전탑 가운데 밀양 지역의 52기가 아직 건설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서 연결되는 북경남 제1분기 송전선로 역시 전체 중 단 1개의 송전탑이 지역주민의 극렬 반대로 세워지지 못한 상황이고 북경남 2분기 송전선로는 현재 건설 착공이 한창이다.
지역 숙원사업으로 민자 발전사들을 유치한 당진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당진은 당진화력 9ㆍ10호기(동서발전)와 그린발전소(동부발전)가 가동을 시작하는 2016년에 송전용량 초과 발전이 예상된다. 당진과 신서산을 연결하는 765㎸ 송전선로는 보통 5000~6000㎿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미 이곳에는 4000㎿의 전력이 물려 있다.
오는 2016년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총 전력은 7000㎿로 추가 송전설비 건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진 주민들은 지난 4월 1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까지 찾아와 집회를 여는 등 송전탑 건설 결사반대를 외쳤다.
발전소는 환영하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전력을 실어나르는 송전선로는 허용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동해안권발전단지 건설 차원에서 오는 2019년 준공을 계획한 울진-강원-신경기 송전선로는 현재 송전선로 입지 선정작업을 막 시작하려는 단계다.
하지만 벌써부터 해당 지역 마을마다 대표를 구성해 자기들 마을로 송전선 지나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송전탑 건설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재산권에 대한 권리의식 증대로 송변전설비 입지 수용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송변전설비 민원이 사회문제화되기 시작한 지난 1993년부터 한전 자체 내규로 간접보상 성격의 특수보상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충분치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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